국회 정개특위, 중대선거구제 논의 착수

김경화 기자 2023. 1. 3.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대통령이 신년 인터뷰서 언급
김진표 “승자 독식 더이상 안돼”

윤석열 대통령이 본지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자 정치권의 선거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일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승자 독식의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행 소선거구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는 3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 1곳에서 1표라도 많이 얻은 1명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는 선거제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 공식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현행 소선거구제는 사표(死票)가 많이 발생하고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한다”며 “국회 정개특위에 2월 초까지 복수의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개특위가 복수안을 내놓으면 2월 한 달간 국회의원 300명 모두가 법안을 심의하는 전원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결정하자는 것이다. 김 의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정개특위 위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도 이 같은 구상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 의장은 “오는 3월 중순까지 내년에 시행할 총선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김진표 의장과의 회동에서도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당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개헌 필요성을 건의했는데, 윤 대통령은 “개헌도 개헌이지만, 선거법·정당법을 변화된 정치 상황에 맞게 고쳐주는 것도 함께 다룰 필요가 있지 않은가”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대선 TV 토론 때도 “개헌보다 중요한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선호해 왔다”고 말했었다. 이 때문에 선거제 개편에 있어 윤 대통령과 김 의장이 교집합을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 소위원장인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정개특위 여야 의원 모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동의하고 있다”며 “법정 시한인 4월 10일까지 선거구제 정리를 마무리하자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에서도 선거제도에 관한 의견들을 빠른 시간 안에 수렴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전재수 의원도 “소선거구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망국적 제도라고 보고 있다”며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여야 공히 소선거구제의 변화를 말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각각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 지형상 국민의힘 현역은 영남에 극히 치우쳐 있는데,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영남 의석만 야당에 대거 뺏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 전국 기초의원 선거 30개 선거구에서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했는데, 전체 9명을 뽑는 광주 시범 지역에서는 민주당 6명에 진보당 2명, 정의당 1명이 당선됐고, 역시 9명을 뽑는 대구 시범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7명, 민주당 2명이 당선됐다. 호남에서는 진보 정당이, 영남에선 민주당이 ‘대안 정당’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정개특위 관계자는 “영남에서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수도권에서 그만큼 또는 그 이상 확보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때 (윤 대통령과) 충분히 함께 공감한 내용”이라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중대선거구제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고 썼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찬반이 엇갈린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다”며 “기득권,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의 장이 돼 신인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되레 중진들의 자리 나눠 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선 때 다당제를 정치 개혁이라고 주장했던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자 말을 바꿨다는 지적도 나왔다.

내부적으로는 주로 비명(비이재명) 진영에서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하는 의견이 크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통화에서 “수도권과 광역시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확대해 나가는 식이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이탄희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국회의원 기득권의 온상인 소선거구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 정치교체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연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검토’, 국회의장의 ‘선거법 개정 방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민주당이 먼저 치고 나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 문진석 전략위원장은 통화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게 다당제 실현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 가능성까지 내다보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제 개편으로 당락이 엇갈리는 의원들이 의기투합하면 제3당, 4당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계파 갈등과 당대표 리스크 등 불씨를 안고 있다”며 “중대선거구제에 주도적인 의원들이 여야의 합리파, 비주류 성향이라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