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가 살자” 300만명이 목숨 걸고 국경 건너
코로나 팬데믹·우크라戰이 촉발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저개발국들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지자 선진국으로 불법 이민을 감행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유럽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로 늘었고, 미국도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불법 이주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실종 등 인명 피해가 늘고, 국가 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국제사회의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역외(域外) 국경관리기관인 프론텍스(Frontex)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EU에 들어온 불법 이민자는 28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77% 급증했다. 프론텍스 측은 “지난 2015~2016년 시리아 내전으로 대거 난민이 유입된 이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한 경로는 세르비아 등 서부 발칸 지역이었다. 지난해 이 지역을 통한 난민은 모두 12만8438명으로 전년(4만7925명)보다 168% 늘었다. EU 집행위는 “세르비아는 EU와 비자 면제 협정을 맺고 있어 이곳을 경유하는 중동과 튀르키예 출신 이민자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세르비아는 다른 쪽으로는 튀르키예와 튀니지, 인도 등과 비자 면제 협정을 맺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불법 이민자들이 세르비아를 통해 관광객 신분으로 EU 지역으로 들어가 장기 체류하는 것이다.
EU가 세르비아 등 서부 발칸국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양측 갈등이 고조됐다. EU 내에선 “러시아가 친러 국가인 세르비아를 이용, 유럽에 ‘난민 공격’을 하고 있다”는 음모설도 나왔다. 결국 지난달 EU와 서부 발칸반도 6국 정상회담을 통해 불법 이민 예방책이 논의되고, EU 가입을 원하는 세르비아가 인도 등과 비자 면제 협정 중단을 약속했다.
지중해 중부를 통한 이민도 증가 추세다. 작년에 이곳을 통해 8만5140명이 유럽 땅을 밟았다. 이집트와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 해안에서 지중해 건너편 이탈리아를 향해 보트를 타고 넘어온다. 지난 2021년(5만3547명)보다 59% 급증하면서 이탈리아의 큰 골칫거리가 됐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들을 막기 위해 “해상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최근에는 이탈리아가 지중해상 불법 이민자들을 구조하는 프랑스 국적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금지해 프랑스와 외교 마찰이 일기도 했다.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1146명이 불법 이주 과정에서 숨졌다. EU로 들어온 불법 이민자의 약 10~15%는 유럽 대륙을 거쳐 영국으로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AP 통신은 1일 “프랑스 북서부 해안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영국 남동부 해안으로 밀항하는 불법 이민자의 수가 지난해 4만5756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 2021년 2만8526명보다 60% 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영불해협을 건너다 사망한 사람은 200명이 넘는다. 지난달 31일엔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던 선박이 침몰해 13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미국도 중남미 지역에서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이주민들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작년 11월 멕시코와 접한 미국 남쪽 국경에서 모두 23만3740명의 불법 입국자가 적발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2021년 170만명에서 2022년 276만명으로 62% 늘었다.
멕시코 국경을 통한 미국의 불법 이민 문제는 고질적이지만, 최근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42호(Title 42) 행정명령’의 폐지 움직임과 함께 극심해졌다. 42호 행정명령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국경 지역에서 이민자를 즉각 돌려보내도록 하는 조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이를 ‘비인간적’이라며 폐지를 공언해왔다. 때마침 작년 10월 워싱턴 DC 연방법원과 연방 항소법원이 “12월 21일까지만 이 행정명령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연이어 내렸다. 곧바로 미국 이민을 시도하려는 중남미인들이 “일단 국경만 넘으면 미국 체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거 멕시코 국경으로 몰려들었다.
한겨울에 불법 이주민이 급증하자 지난달 텍사스주 엘패소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뉴욕포스트는 “무작정 국경을 건넌 수많은 이주민들이 혹한 속에 거리에서 담요를 덮고 생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보수 성향 의원은 “불법 이주민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42호 행정명령이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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