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검찰이 ‘방탄 국회’ 뚫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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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혐의의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 동의안 부결 후, 검찰 선택지는 두 가지다. 구속영장 재청구나 불구속 기소다. 전례는 대개 불구속 기소였다. 왜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을까. 검사들은 “다시 ‘방탄 국회’로 대응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실제 민주당은 1월 방탄 국회를 공언하고 있다. 그럼 또 체포 동의안 표결 수순으로 간다. 검찰이 국회와 기싸움하는 것으로 비쳐 정치적 부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장관은 “돈 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돼 있는 사건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정도면 정치적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영장을 재청구하는 게 법과 원칙을 수호하는 검찰의 존재 의미 아닐까. 불체포 특권이 없는 일반 피의자의 경우 법원에서 기각된 영장을 재청구해 유죄 판결을 받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방탄 국회를 뚫는 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입법 로비 대가로 돈을 받은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신학용·김재윤 의원에 대해 검찰은 2014년 7월 국회 회기 종료 날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시 국회 소집은 사흘 전 공고해야 한다는 국회법을 이용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방탄을 위해 곧바로 8월 국회를 소집했지만 사흘의 시간이 비었다. ‘현역 의원은 회기 중 체포되지 않는다’는 헌법상 불체포 특권을 사흘간 상실한 의원들은 법원 영장 심사에 출석할 수밖에 없었다. 김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몇 년 뒤 세 사람 모두 대법원에서 징역이 확정됐다.
검찰은 형식이 어떻든 결국 죄를 처단하기만 하면 사명을 다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방탄 국회는 계속될 것이다. 2018년 사학재단 불법자금 수수와 강원랜드 채용청탁 혐의를 받던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도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부결된 후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22년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징역형이 나올 범죄를 저지른 현역 의원 체포가 방탄 국회에서 막혔다는 사실이 4년 만에 명백히 드러난 것이지만, 국민 관심에서는 잊힌 때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불체포 특권 제한 공약을 한 게 2012년 대선 때다. 지난 대선에서 역시 불체포 특권 폐지를 공약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불체포 특권 개정에) 100% 찬성한다”고 했다. 그 후 불과 반년 뒤 벌어진 노 의원 사례에서 보듯 불체포 특권은 국회 스스로는 절대 없애지 못한다.
만약 검찰이 노 의원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다면, 민주당 주장처럼 ‘검찰의 야당 탄압 수사’가 아닌 ‘방탄 국회의 제식구 감싸기’였다는 사실이 명확히 판가름 난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전에 이렇듯 특권의 실체를 드러내는 사례들을 최대한 쌓아가야 한다. 성난 여론의 압박 없이 불체포 특권 폐지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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