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K소설의 진격… 이영도 판타지 ‘날개’

이영관 기자 2023. 1.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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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판타지 ‘눈물을 마시는 새’
先인세 역대 최고가 3억에 유럽행
소설가 이영도는 “새해 다짐이나 목표는 특별히 없지만, 올해도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황금가지

“폴란드로 무기 수출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던데, (내 책을) 무기로 오해한 것 아닐까요.”

판타지 소설가 이영도(51)는 자신의 책 ‘눈물을 마시는 새’(황금가지)가 작년 말 폴란드의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자, 이런 농담을 했다. 그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폴란드란 나라가 저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평생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작년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책의 영문 번역본 소개를 계기로 해외 러브콜이 쏟아졌다. 폴란드·독일·미국 등 10국에 기존 출간된 대만·러시아를 합해 12국의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펭귄랜덤하우스, 하퍼콜린스 등 대형 출판사도 여럿이다.

유럽의 한 대형 출판사와는 약 3억원(25만달러)의 선인세 계약을 맺어, 김수현(에세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약 2억원·일본), 김언수(소설 ‘설계자들’·약 1억원·미국) 등 단일 국가 대상의 선인세 기록을 갈아치웠다. 해당 출판사는 공개되지 않았다. 황금가지 측은 “출간 초기 단계이고, 금액 등 세부 내용을 밝히면 안된다는 계약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도는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알았지만, 액수를 (한화로) 계산해보지 않았다. 새해에 이런 소식을 들으니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는 “제게 ‘눈물을 마시는 새’의 의미는 마지막 장편소설이라는 정도만 남아 있다. 작품의 의미와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제 관심은 다음에 쓸 글에 있다”고 말했다.

'눈물을 마시는 새' 총 4권

‘눈물을 마시는 새’는 이영도가 20년 전 낸 4권짜리 장편소설이다. 2002년 PC통신 하이텔에 연재됐고, 원고지 약 1만 장 분량이다. 도깨비, 씨름, 윷놀이, 온돌 등 한국적 색채가 강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국적 판타지’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계약은 작가의 첫 서구권 진출이다. 200만 부가 팔린 그의 대표작 ‘드래곤 라자’는 대만·중국·일본에서, 그 후속작인 ‘퓨처워커’도 대만·일본에서 번역 출간됐다. 그는 “성공 비결이 있었다면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을 거다. 다만 한국이란 국가 브랜드와 K문학의 성과가 제게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의 이번 해외 진출 배경에는 달라진 K문학의 위상이 있다. 황금가지 김준혁 주간은 “이번에 계약을 맺은 출판사 중 대부분이 기존에 한국 소설을 출간했던 곳이다. 독일의 출판사는 계약 직후 한국어를 번역할 역자를 선정해서 맡겼다”며 “과거와 달리 한국 작품 번역의 체계가 잡혀 있는 듯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해외 출판사들로부터 러브콜도 보다 적극적이었다. 김 주간은 “과거에는 ‘아시아 작가의 판타지 작품이 뭔지 아냐’는 반응이었는데, 이번엔 한국적 색채를 가진 아시아 판타지임에도 단독 계약을 맺자는 곳도 있었고, 각국 출판사들로부터 작품에 찬사를 보내는 서신도 여럿 받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자신의 책 번역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출판사를 믿었고,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도는 자신의 작품을 번역, 각색해 만든 작품이 “새 창작자의 개성을 잘 드러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게임으로 제작된 ‘드래곤 라자’를 비롯해 게임·오디오북·아트북 등으로 각색된 작품이 많다.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작년 초 국내 한 웹툰 회사로부터 10억원 규모의 ‘드래곤 라자’의 웹툰 제작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당시 시안은 새 창작자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돈은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그 이상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특별히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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