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긴장관계”-“평화로운 공존” 평가 엇갈려

파리=조은아 특파원 2023. 1.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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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라칭거) 전 교황 선종으로 로마 바티칸 '두 교황'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생전 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계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매체는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직에서 물러난 이후 남긴 30여 건의 강론과 서한, 전기 작가 인터뷰는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의를 받았을 만큼 갈등이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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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두 교황’ 시대… 영화처럼 우정 나눴을까
WP “조용한 대비 종식… 안도 느껴”
“현 교황과 서로 의지해” 의견도
“사임이후 역할 정립 필요” 지적 나와
2017년 6월 로마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서로를 안고서 미소를 지으며 대화하고 있다. 바티칸=AP 뉴시스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라칭거) 전 교황 선종으로 로마 바티칸 ‘두 교황’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생전 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계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9년 영화 ‘두 교황’에서처럼 두 전·현직 교황이 따뜻한 우정을 키웠을까 하는 것이다.

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그동안 바티칸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두 교황 시대가 복잡하게 종식됐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전기 작가 마르코 폴리티는 WP에 “두 사람과 교회에 대한 두 시각 사이의 조용한 대비가 종식돼 안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 두 교황에서는 독일 출신 원칙주의자 베네딕토 16세와 아르헨티나 진보적 사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묘한 긴장 관계이면서도 종교와 축구를 허심탄회하게 논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정을 쌓았지만 현실은 달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고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내부에 안치돼 있다. 바티칸은 자난 해 12월 31일 토요일, 600년 만에 사임한 최초의 교황으로 기억될 독일 신학자 교황 베네딕트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바티칸 미디어 제공-AP/뉴시스
베네딕토 16세가 즉위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문제를 이유로 교황직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물려주면서 두 교황 사이에 불편한 긴장감이 형성됐다는 시각이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사임한 뒤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바티칸 내 수도원에서 지냈다. 또 스스로를 ‘명예 교황’이라고 부르며 교황이 입는 전통적인 흰색 수단을 계속 입고 다녔다.

WP는 “은퇴한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너무 가깝게 살면서 흰색 수단을 착용한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며 “베네딕토 16세는 ‘세상에서 숨어 살겠다’는 서약을 지키지 않았고 교회 문제에 끼어들어 논란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6년 회고록 ‘마지막 대화’를 출간해 교황으로서 자신을 평가했고, 2019년 가톨릭 잡지 기사에서 교회 사제의 남자 아동 성학대 추문에 대해 1960년대 ‘성(性)혁명’으로 동성애가 늘어 도덕성 붕괴를 낳은 탓이라는 취지로 말해 비판받기도 했다.

반면 두 교황이 평화롭게 공존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로를 의지하며 평화롭게 지냈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직에서 물러난 이후 남긴 30여 건의 강론과 서한, 전기 작가 인터뷰는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의를 받았을 만큼 갈등이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생전 사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교황 사임 후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직 바티칸 재무관 조지 펠 호주 추기경은 2020년 저서에서 “은퇴한 교황은 ‘명예 교황’ 호칭을 쓸 수는 있지만 추기경단이 다시 지명해야 하고 공개적으로 강론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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