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20] 창의성을 대량생산한다면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2023. 1.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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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경험이 많아지면 효율성이 높아지겠지만, 역사적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생산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다행히 인류는 복잡한 절차를 여럿으로 나눠 반복한다면 생산성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더구나 불평 없이 반복적인 노동을 하고 매번 정확한 결과를 내는 기계의 등장은 생산성의 폭발적 향상과 기하급수적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했다.

지금까지 기계는 물질적 대량생산만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만약 기계가 인간의 지적 노동력과 창의성까지 대량생산해 낼 수 있다면? 초거대 인공지능이 ‘전쟁과 평화’ 같은 소설책을 1분에 1000권 써 내고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과 그림을 무한으로 찍어낼 수 있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습관과 편견의 동물이다. 덕분에 기계가 대량생산해 낸 글과 그림을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새로운 온라인 현실에서라면 다를 수 있다. 초기 온라인 콘텐츠는 대부분 전문 작가와 디자이너가 만들어냈다. 덕분에 새로운 콘텐츠는 추가 비용이 많이 필요했지만, 2000년대에 등장한 소설미디어 기업들은 플랫폼만 제공하고, 소비자 스스로가 무료 콘텐츠를 공유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한다. 추가 콘텐츠 비용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데 최근 소셜네트워크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경쟁자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중국 기업 틱톡(TikTok)이다. 소비자가 무료로 올린 콘텐츠를 인공지능이 큐레이션까지 해주기에 낮은 추가 비용으로 더 많은 콘텐츠 제공이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초거대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제 틱톡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빠르게 무의미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만약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무료에 가까운 추가 비용으로 대량생산될 수 있다면? 지적 노동력이 대량생산되는 미래에도 인간 고유의 노동력과 창의력이 왜 여전히 중요하고 의미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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