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도 트렌드도 앞선다, 이제 세계의 명품 ‘K패션’

송혜진 기자 2023. 1.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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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대 휘젓는 K산업] [下] 패션업계 수출 16조원
코오롱스포츠는 중국 베이징의 APM몰에 들어섰다.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내 매장은 165개에 이른다. /코오롱FnC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국 양대 대형 골프 편집숍 ‘로저 던’ 매장. 지난해 4월 코오롱FnC의 골프 브랜드 ‘왁’ 매장이 처음 입점했다. 국내 토종 브랜드가 미국의 대형 골프 편집숍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왁’ 브랜드는 2019년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 매년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하자 지난해 초 별도 자회사로 분리한 후 본격적인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기능성 섬유와 트렌드 감각이 뛰어난 한국 패션에 대한 반응이 해외에서도 갈수록 뜨겁다”고 말했다.

한국 토종 ‘K패션 기업’들이 글로벌 패션 시장의 중심부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까지 국내 패션 산업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하청을 받아 국내외 봉제공장에서 생산하는 주문자위탁생산(OEM)에 머물렀다. 대형 패션 기업들도 수입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거나 국산 브랜드는 주로 국내에서만 유통했다. 하지만 최근엔 글로벌 명품과 준(準)명품 시장에 닻을 내리고 있다. 한국패션문화협회장을 지낸 간호섭 패션디렉터는 “에르메스·샤넬 같은 유럽 명품 브랜드가 장인 시스템으로 성장했다면, 한국 패션 기업들은 첨단 기술과 빠른 생산 능력을 무기로 무섭게 커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107억달러(약 13조6000억원)였던 우리나라 섬유·패션 수출액은 2022년 125억달러(추정치)로 17% 성장했다.

우리나라 남성복 브랜드 '우영미'는 2021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쇼핑 중심가에 있는 '하비니콜스 백화점'에 입점했다. /쏠리드

◇글로벌 시장에 깃발 꽂은 K패션

지난해 월드컵이 열렸던 카타르 도하 플라자몰의 럭셔리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는 국내 중견 패션 브랜드 ‘우영미’가 입점해 있다. 패션 기업 ‘쏠리드’ 대표 우영미가 운영하는 브랜드다. 현재 전 세계 14개 나라 38개 주요 명품 매장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비결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에 있다. 우영미 관계자는 “원단은 명품급으로 맞추지만 제품 기획은 기민하게 내놓아 까다로운 유럽 바이어들을 만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쇼핑몰 메트로시티 입구에 들어선 한국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MLB의 700호 매장은 면적만 2148㎡(650여 평)에 이른다. MLB는 국내 의류업체 F&F가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MLB 상표권을 들여와 패션에 적용해 만든 브랜드다. 작년 중국 소비자 판매액은 1조1000억원을 넘었고, 매장 수도 900개까지 늘었다. F&F 관계자는 “스트리트 패션·힙합 패션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뉴욕(NY)·LA 같은 도시 이름이 크게 새겨진 모자와 의류를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 인수로 성공

국내 패션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자체 브랜드뿐 아니라 기존의 해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디자인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 현지 디자이너도 적극 고용한다.

이랜드는 2011년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잡화 브랜드 ‘코치넬레’와 ‘만다리나 덕’을 각각 인수하고 이탈리아 현지 디자이너를 고용해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코치넬레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선 밀라노 두오모 근처는 해외 명품 매장이 즐비한 쇼핑 거리다. 이랜드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밀라노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2022년 매출이 전년보다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이랜드가 2011년 인수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만다리나덕의 밀라노 매장이 지난 연말 젊은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랜드

휠라홀딩스는 지난 2011년 골프 용품으로 유명한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뒤 매년 25%씩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휠라는 또한 최근 글로벌 5개년 계획을 선포하며, 글로벌 시장 개척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을 낼 계획이다.

이랜드는 올해 중국 이랜드 법인을 통해 상하이에 35만㎡(10만5785평) 규모에 달하는 연구개발동과 물류센터·상업시설을 갖춘 복합산업원을 완공시킨다. 이곳에 한국·중국 기업을 유치하고 트렌드와 테크, 소비 중심으로 한 산업단지를 조성해 중국 내에서 ‘K패션단지’를 본격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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