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 꼰대와 MZ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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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고기 굽는 선배, 받아 먹는 후배'란 제목의 뉴스를 봤다.
요약하자면 고깃집 회식자리에서 신입사원들이 고기를 굽지 않아 3년차 이상 선배들이 내내 구워야 했는데 이를 두고 '꼰대' 논쟁이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오랜 회식경험으로 고기굽기 내공이 쌓인 꼰대 선배들의 눈에 찰 리가 없다.
꼰대와의 회식이 싫다고? 실은 꼰대도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와 회식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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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고기 굽는 선배, 받아 먹는 후배'란 제목의 뉴스를 봤다. 요약하자면 고깃집 회식자리에서 신입사원들이 고기를 굽지 않아 3년차 이상 선배들이 내내 구워야 했는데 이를 두고 '꼰대' 논쟁이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예의가 없다" "좀 구워주면 어때" 등 논쟁이 확전으로 번지면서 "회식 안 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러게 누가 회식하래?" 등의 '과격한' 의견이 쏟아졌다.
그런데 내 경험으론 고깃집 회식에서 "고기를 잘 굽는다"며 먼저 집게를 잡는 막내가 심심찮게 있다. 둘 중 하나다. 고기를 진짜 잘 굽거나, 그래야 직장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누군가의 사회생활 충고가 떠올라서거나. 하지만 대부분 생각보다 별로 잘 굽지는 못한다. 오랜 회식경험으로 고기굽기 내공이 쌓인 꼰대 선배들의 눈에 찰 리가 없다. 그래서 집게를 다시 빼앗기곤 한다. 고기를 잘 못굽는다고 타박하지만 때론 후배들이 계속 굽는게 미안한 마음도 들어 있다.
꼰대와의 회식이 싫다고? 실은 꼰대도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와 회식하기 싫다. 불편하고 조심스럽다. 아예 회식을 안 하는 곳도 그만큼 늘어난다. 어느 회사에선 평소 회식에 끼지 않던 젊은 직원이 어느날 "자기는 회식에 안 갔으니 1인분만큼의 법카(법인카드)금액을 상품권으로 달라"고 했단다. 한 대기업 임원에게 직접 들은 얘기다. 비혼을 선언하면 결혼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비혼지원금과 휴가를 준다는 기업도 생겨났다. 법카를, 조직문화를 '돈'으로만 보면 그럴 수 있다.
요즘 외부약속을 하다 보면 저녁자리엔 임원과 부장급, 최소 팀장급 이상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젊은 직원들은 저녁자리 자체를 싫어하는 데다 시간외수당 지급 등 챙겨야 할 게 많아서다. 아니 그냥 그러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윗사람이 갑자기 부르면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달려가는 것은 이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돼간다.
꼰대와 MZ세대간 범상치 않은 신경전을 보면서 '기억은 기록을 이기지 못한다'는 어느 골프 관련 앱(애플리케이션)의 광고카피가 떠올랐다. 기억은 기록을 이기지 못할까. 기억과 기록은 대립관계일까. 꼰대에겐 기억, 즉 '라떼'(나 때)만 있는 게 아니다. 기록도 있다. 기록을 기억처럼 얘기해서 귀에 잘 안 들어올 뿐이다. 합쳐서 경험, 경륜이다. 백번 양보해 기억은 무시한다고 해도 기록은 인정해야 한다. MZ세대에게도 기록과 기억은 있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암울한 경제전망 속에 다들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지만 새해에도 꼰대와 MZ세대, 두 종자의 공존은 이어진다. 아니 꼰대와 MZ는 매년 새로 생겨나고 사라진다. 그래서인가 기왕이면 둘을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의 용어가 탄생했으면 한다. 어떻게든 서로 일부라도 겹치는 포인트를 찾아 이해할 수 있게. 억지로 조합해서 무리수를 두면 '꼰Z'쯤 될까.
따져보면 MZ세대도 더 어린 동생들에겐 그냥 꼰대일 뿐이다. 꼰대보다 더 꼰대 같은 MZ도 여럿 봤다. 지난 연말 후배들과 어울린 송년회에서 유명 개그맨이 어느 시구절을 인용해 했다던 멘트를 패러디해 이렇게 건배사를 외쳤다. "너희는 늙어봤냐. 우리는 젊어봤다!!"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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