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38] 180도 말고 1도만 바꿔도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3. 1. 3. 0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이 시작되었다. 새해가 찾아오면 ‘신년 운세’가 궁금해진다. 현재 삶은 팍팍하지만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의 한 경영 잡지에서 독자들에게 2022년의 핵심 키워드를 물었을 때 ‘Resilience(회복력)’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만큼 강력한 압박 속에서 작년을 보낸 것이다.

회복력의 의미가 용수철처럼 ‘제자리로 되돌아온다’에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화’로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심리적 스트레스 또는 사회적 재난 상황에 처했을 때 이전 상태로 정상화되는 것을 넘어서 좀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회복력의 어원이 ‘다시 뛰어오른다’ 뜻의 라틴어 ‘리실리오(resilio)’라 한다. ‘검은 토끼’를 상상하면 껑충 새로운 단계로 뛰어오르는 강한 회복 탄력성이 그려진다.

듣고 싶은 신년 덕담을 질문하면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답이 대세이긴 하지만 ‘1도만 프레임의 각도를 틀어보자’는 덕담을 드려 본다. 여기서 프레임은 ‘자신에 대한 평가 스타일’이다. 자신에 대한 평가 스타일이 1도라도 긍정적 방향으로 틀어질 때 회복 탄력성이 좋아진다. 의학 영역에서 일하고 있지만 가끔은 ‘미래 운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 않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의 작은 변화가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부정적이면 관계, 결정, 도전의식 등에 문제가 생겨 미래가 불편한 쪽으로 흘러갈 확률이 올라간다. 반대로 긍정적이면 내 미래가 긍정적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마음을 180도 긍정적인 쪽으로 방향 전환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한심하다며 스스로를 탓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마음이 원래 어렵다. 특히 마음 안의 감정은 청개구리 수준이다. 그래서 감정보다는 그래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말’을 잘 해야 한다. ‘내 마음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유리 멘털인 제가 한심해요’식으로 이야기해 버리면 마음도 상처를 입고 프레임도 부정적인 쪽으로 틀어져 버린다.

새해에 실천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설정해 성공 경험을 이루는 것이 탄력성을 키우는 시작으로 좋다. 생각을 180도 돌리겠다는 큰 기술 말고 우선 1도만 프레임의 각도를 긍정적으로 틀어 보자. 구체적 실천으로, 자주 쓰는 부정적인 말을 2~3가지만 찾아 바꾸어 보자. 예를 들어 ‘나이가 들었더니’는 ‘나에게 가장 젊은 날은 오늘’로, ‘너무 예민해 피곤해’는 ‘섬세한 멘털이 고성능 멘털이야’로, ‘마음이 너무 불안해’는 ‘불안은 위기관리의 원동력이야’로.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