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시민단체 회계 투명성 강화해야
초심 돌아가 감시·비판 기능 해야
민주국가에서 시민단체의 역할과 비중은 매우 크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라 하더라도 항상 국민의 의사에 맞게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발적 시민단체들이 요소요소에서 정부 정책을 감시, 비판하고 통제하는 것은 현대 민주국가에서 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이후 참여연대도 2006년 당시 편법상속 조사 대상 기업들로부터 사옥 신축 후원금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으며, 2018년에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참여연대 사무총장 시절이던 2007년 당시 포스코의 지원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사실 등이 뒤늦게 밝혀져 큰 충격을 안겼다. 최근에도 유사한 사태가 계속 문제되고 있다.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유용 등 불투명한 회계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으며, 국고보조금을 지원 목적과 다르게 부정 사용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시민단체의 회계 투명성이 문제되는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왜 일찍이 경실련 사례에서 회계 투명성이 시민단체의 도덕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라는 점을 충분히 배우지 못했을까? 왜 당시에는 경실련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던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오늘날 정의연 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까? 그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 경실련의 후원금 요구가 문제되던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시민단체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 모든 기업에 대해 고통분담이 요구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의 비판 대상인 공기업에 대한 후원금 요구가 매우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경실련과 같은 대형 시민단체와는 달리 정의연 등은 그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유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내부적 통제가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외부적 통제 없이 내부적 통제만으로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셋째, 지금까지 시민단체의 비리가 문제된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이를 사법적 처리 대상으로 삼아 심각하게 문제 삼은 사례가 거의 없다. 그로 인하여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는 점도 이런 사태를 발생시킨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전체 시민단체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의 일부 단체에서 발생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마치 강물에 잉크 한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쉽게 정화될 것이라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 어려운 것은 강물에 잉크가 아닌 심각한 오염물질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면 주변 환경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생태계 교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되면 모든 시민단체가 국민의 불신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기회에 시민단체의 회계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단체가 초심으로 돌아가 비정부기구(NGO)의 본질에 부합하는 건강한 감시와 비판, 통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기관과 NGO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이다. 어느 정도 서로를 알아야 감시와 비판도 가능하지만, 마치 한솥밥 먹는 식구처럼 친해지면 엄밀한 감시와 비판이 불가능해진다. 이제 시민단체들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기관과 너무 가까웠던 것은 아닌지.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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