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전환의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역량
새해 전망·주관적 행복감 낮아
공감·소통의 지도자 부재 원인
따뜻하고 실천하는 리더십 절실
또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되었다. 1월1일은 1년 365일 가운데 하루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해 우리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첫 일출을 보려고 명소를 찾으며, 평소에는 연락하지 않는 지인에게 의례적인 신년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며,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지만 수첩에 목표를 한 자씩 적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가장 관심이 가는 질문은 2023년에 대한 종합적 전망이다. ‘2023년 새해는 2022년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질문에 우리나라의 조사 대상자 가운데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 의견은 12%,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20%로 부정적 시각이 8%포인트 높았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했던 2021년 실시된 동일 조사에서 좋아질 것(25%)이 나빠질 것(19%)에 비해 높았다는 결과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이다. 세계 평균값을 보면 긍정과 부정이 31%, 34%로 유사한 비율을 보였지만 우리나라보다 긍정 수치가 훨씬 높았고, 우리보다 긍정 수치가 낮은 국가는 폴란드 1개국에 불과하다. ‘위드 코로나’로 어느 정도 일상이 회복되었지만, 오히려 불안감은 커졌음을 나타낸다.
본인의 삶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조사자가 행복하다라고 답한 비율은 51%로 세계 평균값인 54%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2021년도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동일 조사의 결과인 57%에 비해서도 6%포인트 낮아진 수치를 나타냈다. 물론 행복하다라는 주관적 질문에 대한 답이기에 우리 국민 가운데 51%는 행복하다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이 억압되었던 2021년에 비해서도 2022년이 행복지수가 낮다는 조사 결과는 곱씹어 볼 부분이 적지 않다.
왜 우리는 마음껏 친구를 만나고, 야구장에서 목청껏 응원할 수 있음에도 2022년 덜 행복했고, 2023년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인가? 여러 정세적인 이유가 있다. 전쟁과 패권 다툼으로 불안한 국제정세,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가는 물가와 금리, 영끌족을 좌절시키는 부동산 가격의 급락, 굴지의 대기업도 종이값을 아낀다는 경제 불안정 등 2022년은 달 탐사선 ‘다누리’와 황희찬의 포르투갈전 극장골 이외에는 우리를 기쁘게 한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 한 해였기에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2022년이 어려운 시기였고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논리적으로는 타당한 추론이다. 하지만 전망이 어렵다고 해서 이를 수용하는 우리의 마음까지 반드시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위기는 언제나 발생하지만 사회적 대처가 합리적이고 예측할 수 있으면서도 사회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이렇게 위기를 극복하려면 모두의 노력과 참여가 필요하지만, 대통령으로부터 조직의 부서장까지 이르는 사회적 지도자의 역량이 어느 다른 요인보다 중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높은 이유는 외부 상황이나 구조적 전환에서 발생하는 위기에 불안해하는 구성원의 생각에 공감하고 다양성을 아우르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의 존재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언론 기사나 우리 주변의 상황을 보면 많은 지도자는 마치 격노하고 질책하기 위해 그 자리에 오른 것처럼 보인다. 먼저 반성하고 자신으로부터 책임을 찾기보다는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고 위기의 원인을 떠넘기는 지도자가 너무나 많다. 반대로 지난 일에서 교훈은 얻으나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도전하고 실천하려는 지도자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2022년의 대한민국은 공감하고 소통하며 실천하는 지도자가 부재했기에 평정심을 잃고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다.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기는 어렵다. 세계화와 정보화로 모든 상황이 하나로 연결된 이 시기에 특정 영역의 전문성이 있다고 해서 지도자의 역할을 한다고 말하기는 더욱 어렵다. 지도자가 먼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포용하며 실천하는 리더십을 보인다면 구성원은 위기 상황에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소통과 공감에 기반한 리더의 따뜻한 실천을 통해 글로벌 한파를 함께 이겨내는 대한민국의 2023년을 기대한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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