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호랑이 - 호미곶(虎尾串)

2023. 1. 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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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호랑이의 기상을 가진 우리 민족은 압록강부터 동해, 장기읍성까지 조선 10경을 거침없이 내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민족은 6·25전쟁이라는 총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70여 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나라는 허리가 두 동강이 난 채, 번뜩이는 이리 떼 눈빛으로 서로 대치 상태에 있습니다.

우리의 힘찬 기상으로 호랑이 꼬리를 흔들며 세상을 호령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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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천
조선 10경을 내달리던 호랑이가
 
밀렵꾼에게 총상을 입었다
 
압록강은 노을처럼 붉게 물들고
 
동해엔 핏빛 꽃잎들이 앞다투어 졌다
 
어른들은 부단히 산골을 먹였으나
 
부러진 허리에 석고를 댄 채
 
누워 신음하는 칠십 년
 
아직도 번뜩이는 이리 떼 눈빛
 
통한의 칠순 넘기고
 
장기읍성에서 다시 맞는 일출
 
금 화분 들고 너울너울 춤추는 큰 바다
 
꼬리 흔들어 호령하리라
 
상생의 손 높이 들어 외치리라
 
이제 가슴 열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자고
예로부터 호랑이의 기상을 가진 우리 민족은 압록강부터 동해,
장기읍성까지 조선 10경을 거침없이 내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민족은 6·25전쟁이라는 총상을 입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실향민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고향인 북에서 모시고 오지 못한
아버지는 평생 통한의 가슴을 안고 이승을 떠나셨습니다.
아버님은 부모님과 잠시 헤어질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70여 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나라는 허리가 두 동강이 난 채,
번뜩이는 이리 떼 눈빛으로 서로 대치 상태에 있습니다.
호랑이해와 토끼해가 가고 옵니다.
이제 남과 북이 가슴을 열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힘찬 기상으로 호랑이 꼬리를 흔들며 세상을 호령하면서요.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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