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쓰레기로 가득한 세상 어떻게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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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책으로, 후지와라 다쓰시 일본 교토대 교수의 '분해의 철학'(사월의책 펴냄)을 읽었다.
이 책은 분해, 즉 부패와 발효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가장 위험한 세계는 아무것도 썩지 않는 세계다." 생산력보다 부패력에, 구축력보다 분해력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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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결함 수선하며 살때 좋은 삶 살아
환경 오염과 기후 재앙이 피부에 느껴지자 생명, 생태, 지속가능성 등에 관심을 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ESG 투자 등을 통해 기업에 환경 관련 책임을 지우는 등 경제구조의 변화에도 관심이 높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순환이나 지속가능성은 우아하고 품격 높고 반들반들하고 반짝이는 일이 아니다. 반대로 껍질은 벗겨지고 알맹이는 튀어나와 가혹하고 잔인하며, 썩어서 부글부글 끓고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기는 사건이다. 곤충이나 구더기가 동물 사체를 잘게 먹어 치울 때, 미생물이 나무 조각이나 낙엽을 분해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환경에 관심을 품는다는 것은 생명을 숭배하고 지구를 깨끗하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 불쾌하고 지저분한 분해 과정을 수용하고 공존하는 행위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인류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이를 자연스레 실천하며 살아왔다. 물건을 최대한 아껴 쓰고 고쳐 쓰고 나눠 쓰며, 남은 음식은 가축 먹이로 주거나 모아 퇴비로 활용하곤 했다.
자본주의 경제는 매끄럽고 썩지 않는 물건들의 풍요 위에 존재한다. 반짝이는 신품들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고 지갑을 열게 함으로써 이익을 빨아들인다. 플라스틱은 그 상징이다. 그러나 분해에 저항하고 순환을 파괴하는 플라스틱이 쓰레기로 지구에 쌓이자 물고기가 떼죽음하고, 미세 플라스틱이 몸으로 들어와 호르몬 작용을 교란하는 등 무서운 재앙을 일으키는 중이다. 저자는 말한다. “가장 위험한 세계는 아무것도 썩지 않는 세계다.” 생산력보다 부패력에, 구축력보다 분해력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
자연뿐 아니라 사회에도 분해자들이 있다. 이삭줍기, 넝마주이, 수선집이나 수리점, 헌책방이나 폐품 회사, 가축의 사체 처리, 쓰레기 수거 및 매립 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없다면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솔직히 분뇨나 쓰레기를 한두 달만 가져가지 않아도 도시는 마비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들 인간 분해자들을 지나치게 얕잡아본다. 만들고 생산하고 쌓고 올리고 산출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살면서 국민총생산에 일희일비하기에 분해의 힘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해 없이는 우리 자신을 유지조차 할 수 없다. 우리가 무언가를 먹는 행위가 분해 과정의 지구적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행위다. 어떤 이들은 분해 과정을 제어함으로써 유익한 부산물을 창조한다. 콩을 분해해 된장을 만들거나 깨진 찻잔을 금으로 이어 예술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럴 때 부패는 발효가 된다.
우리 삶도 깨진 찻잔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어딘가 결함이 있다. 사실, 건강을 자랑하며 멋대로 살기보다 그 결함을 수선하면서 조심스레 삶을 꾸릴 때 오히려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장인이 물건을 수리하며 그 물건과 깊게 관계 맺듯, 모자란 삶을 고쳐 쓸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삶을 내 것으로 만든다. 분해를 바탕 삼을 때 세상도, 인생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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