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주환원 50%땐 주가 2배"…행동주의 펀드가 뜯어고친다
은행 PBR 국내 0.3배, 해외 1.3배와 대조적
"신주발행 자본조달 사실상 어려워…국부 손실"
낮은 주주환원율·주주가치 고려 자본배치 부재
대출성장 관리시 50% 주주환원…韓경쟁력 높여야
[이데일리 이은정 이명철 기자] “7대 은행지주가 주주환원율을 최소 50%로 높인다고 발표하면, 주가는 선행성을 감안해 그 즉시 2배는 오를 것입니다. 버는 돈만큼 주주환원을 못하다 보니 20년째 저평가가 심화됐습니다.”
이 대표는 “KB·신한·하나 은행주 평균으로 장부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넘은 것은 2011년이 마지막”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평균적으로 PBR 0.3배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순자산가치의 0.3배의 낮은 시가총액으로 평가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3분기(지배지분) 장부상 순자산가치가 48조원일 때 시가총액은 불과 0.4배인 19조원으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코스피200 평균인 0.8배도 큰 폭 하회한다.
해외 은행(1.3배)과도 대조된다. 동일 기준으로 국가별 주요 은행의 순자산 대비 시총 비율을 살펴보면 △미국 JP모건은 1.5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1.1배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는 1.6배 △대만 자오펑진(Mega Holdings) 1.4배다. 해외 은행(1배)은 주당 1만원으로 주식을 발행한다면, 국내 은행(0.3배)은 주당 3333원의 가격으로 원가(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주식을 팔게 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은행들의 비정상적 저평가는 국부 관점에서도 막대한 손실”이라며 “내국인 보유 은행 지분가치가 현재 약 26조원에 불과하지만, 정상적으로 인정받았다면 104조원이다. 약 78조원의 국부 손실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무엇보다 은행의 핵심 경영지표는 수익성·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이 꼽히는데, 주요 해외 은행들에 국내 은행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네 개 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교하면 국내 은행은 9.9%로 해외 은행(10.5%)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은행주 저평가를 불러일으킨 가장 큰 요인으로는 ‘비효율적 자본배치’를 꼽았다. 이 대표는 “낮은 주주환원율과 주주가치를 고려한 자본배치 정책의 부재가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라며 “해외 은행들은 평균 당기순이익의 64% 정도 주주환원을 하는데, 국내 은행은 24%에 그친다”고 했다.
“대출성장 관리하면 50% 주주환원 가능…韓경쟁력 높여야”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은행들이 대출 성장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면 자본비율을 유지·개선하면서도 매년 최소 당기순이익 50% 수준의 주주환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내 은행들에 자본배치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공식 도입하거나, 이에 준하는 내용을 각 은행 이사회가 2월 9일까지 결의·공정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모두 민영은행이고, 관련 노력을 이행하는 데 당국의 협조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 7곳에 동시 요구한 것도 각 사 대응을 주주들이 비교해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고, 사실 은행들도 자유롭게 배당하길 원하는 분위기가 있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얼라인의 주장에 대해 대부분 은행지주들은 지금도 꾸준한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2021년 10월 6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분기배당 주당 400원 및 자사주 1주당 1500억원 취득·소각을 결의했다. 지난해 2분기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분기 배당을 실시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총주주환원율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30%까지 상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KB금융은 지난해 1분기부터 분기 배당을 정례화, 배당 성향을 확대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자본적정성을 견실하게 유지하는 범위에서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다각도의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2021년 9월 얼라인파트너스 창립 이전 골드만삭스를 거쳐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몸담았던 2020년부터 은행주에 대한 주주행동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하반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 배당에 대해 “배당 여부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 사항”이라고 완화적 발언을 한 점도 이 시점에 은행주 주주행동에 본격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주주행동을 통해 에스엠과 라이크기획을 결별시켜 유의미한 기업가치 제고를 이룬 그는 금융지주를 새해 첫 타깃으로 삼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위기 상황에서 은행의 자본조달능력은 국가경제의 위기극복능력·안정성과 직결됩니다. 국내 자본시장의 오랜 숙제였던 은행주 저평가를 극복하면 주가 상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은정 (lej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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