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장관의 예루살렘 성지 방문 계획에 이-팔 긴장 고조(종합)
네타냐후 정부, 요르단강 서안 불법 정착촌 합법화 공언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신정부에서 국가안보 장관을 맡은 극우 정치인이 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계획하면서, 연초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 등에 따르면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은 이번 주 동예루살렘의 성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벤-그비르는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한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의 대표로, 반팔레스타인 및 반아랍 선동을 주도해온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이다.
벤-그비르가 방문 계획을 세운 동예루살렘의 성지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곳이다.
이슬람교도가 '고귀한 안식처', 유대교도는 '성전산'으로 부르는 이곳은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의 공통 성지이기도 하다.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경찰 간 충돌이 끊이지 않는 이 성지에서 기도와 예배는 이슬람교도만 할 수 있다.
유대교도도 이곳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기도와 예배는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서쪽 벽에서만 가능하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나 정치인의 성지 방문은 종교적, 정치적 도발로 해석될 여지가 커서 대개는 성지 방문 자체를 자제한다.
벤-그비르는 이런 오래된 규칙을 바꿔, 유대교도도 성지 경내에서 자유롭게 기도와 예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런 벤-그비르의 성지 방문 계획에 대이스라엘 무장 저항을 주도해온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들은 즉각 반발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벤-그비르의) 성지 방문은 상황을 갈등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이어 이런 상황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출동 때마다 중재자 역할을 해온 이집트와 유엔에 전달했다면서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했던 무장단체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도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방문 계획을 비판했으며, 전날 요르단강 서안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의 주민 사살도 벤-그비르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팔레스타인 측의 반발에도 벤-그비르 장관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모든 언론이 성전산 문제에 관심을 둔 데 대해 감사한다. 성전산은 매우 중요하다. 약속한 대로 나는 그곳을 공식 방문할 것"이라고 썼다.
한편, 역사상 가장 강경한 우파 성향을 띤 네타냐후 정부는 이전 정부가 한 이뤄진 요르단강 서안의 불법 정착촌 주민 강제 퇴거 결정도 뒤집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과 국방부 내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담당 장관인 베잘렐 스모트리히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호메시 정착민을 강제 퇴거시킨 이전 정부의 결정을 바꾸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2005년 제정된 '철수법'(Disengagement Law)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무장관직을 겸하는 스모트리히는 벤-그비르 못지않게 강경한 반팔레스타인 반아랍 정서를 표출해온 극우 정치인이다.
호메시는 지난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 철수'를 선언하면서 폐쇄한 24곳의 유대인 정착촌이 있던 곳 가운데 하나로, 정착촌 운동가들에게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스라엘은 2005년 철수법을 제정해 유대인의 호메시 출입을 금했지만, 이후에도 정착민들은 호메시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사유지에 들어가 불법 정착촌을 만들었다.
네타냐후의 집권에 반대하는 소수 정당이 연대해 출범시켰던 연립정부는 지난해 호메시의 불법 정착촌 거주민들을 강제 퇴거시켰다.
지난해 강제 퇴거에 강력하게 항의했던 정착촌 활동가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그러나 예시 딘 등 인권 단체는 "호메시 정착촌 합법화는 국제법 위반이며, 팔레스타인 주민 탄압과 팔레스타인 주민의 재산 약탈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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