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 위해 이혼한 톰 브래디, 2연속 ‘NFL 지구 우승’ 품었다
지난해 2월, NFL(미 프로풋볼)의 ‘전설’ 톰 브래디(46·탬파베이 버커니어스)가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브래디는 22년간 역대 개인 최다인 수퍼볼 우승 7회, 수퍼볼 MVP(최우수 선수) 5회, 정규 리그 MVP 3회를 차지하며 역사상 최고의 쿼터백으로 인정받는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경쟁력 있게 헌신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필드를 떠나는 브래디를 향해 스포츠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NFL은 “오랜 경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매해 훌륭한 기량을 보여준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했고, NBA(미 프로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브래디의 모든 순간과 그가 준 영감에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반평생을 몸담은 NFL에 대한 미련이 브래디를 붙잡았다. 은퇴 선언을 한 지 40여 일 만에 은퇴를 번복하고 현역에 복귀했다.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관중석이 아니라 필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경력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박수 칠 때 떠날 기회를 저버린 브래디는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의 아내인 유명 모델 지젤 번천(43)과 이혼했다. 브래디와 번천은 연애 시절부터 ‘세기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커플이었다. 2009년 2월 백년가약을 맺어 아들과 딸을 하나씩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그러나 브래디가 은퇴 후 가정에 충실한 아버지가 되겠다고 했던 약속을 깨면서 부부 관계에 금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번천은 지난해 9월 한 인터뷰에서 “풋볼은 상당히 격렬한 스포츠다. 나는 남편이 나와 아이들 곁에 더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이혼에 합의했다. 번천은 이혼 후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마저 포기하고 돌아온 필드였지만, 브래디도 세월 앞에선 장사가 되지 못했다. 시즌 내내 기량이 저하됐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터치다운 패스 횟수와 패싱 야드 모두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NFL 쿼터백 랭킹에서 14위(12월 말 기준)에 머물렀다. 미국 매체 NBC는 “브래디는 그의 커리어 중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고까지 했다. 이번 시즌 호흡을 맞추고 있는 팀원들 역시 브래디가 여태껏 함께했던 멤버 중 가장 약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브래디에겐 중요한 순간 한 방을 발휘하는 노련함이 남아있었다. 그는 기량 저하 속에도 이번 시즌 16경기 전 경기에 나서 66.6%의 높은 패스 성공률로 팀의 공격을 지휘했고, 약체라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팀의 내셔널 콘퍼런스 남부 지구 2년 연속 1위와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특히 지구 1위를 확정지은 2일 캐롤라이나 팬서스전에서는 패스 성공률 75.6%, 터치다운 패스 3회로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활약을 펼쳤다. NFL 닷컴은 “브래디가 버티는 버커니어스는 수퍼볼 우승 경쟁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라고 했다.
개인 통산 17번째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브래디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자유 계약) 신분이 된다. 온 관심은 지난해 은퇴를 결심했었던 그가 이번에는 진짜로 은퇴할지에 쏠려 있다. 그러나 브래디의 마음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는 “시간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다음 번에 은퇴하겠다는 말을 하면, 그때는 진짜로 은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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