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오르면 출산율은 떨어진다
집값이 1% 상승하면 이듬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에 걸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출생아 수)이 0.002명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2일 ‘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진백 부동산시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출산을 담당하는 인구층은 가계 자산축적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이라며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대출 등 상당한 지출이 필요한데, 출산 이후 꾸준히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출산과 주택가격 간에는 상충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20년 통계청 국민이전계정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부모가 자녀 1명을 출산한 뒤 만 26세 시점까지 양육하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은 6억1583만원이었다.
주택가격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걸리는 ‘시차’도 점차 짧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는 주택 가격 상승 후 출산율 하락 반응이 나타날 때까지는 10개월 정도 소요됐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이 같은 시차가 거의 즉각적인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부연구위원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집값 상승에 따른 출산율 하락 영향력은 약 1년간 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시기에 주택가격이 많이 상승했고,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갭투자 등 자산 매입이 크게 늘었던 시기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자녀 출산기에 접어든 20~40대 인구층이 ‘영끌’을 하느라 자녀 출산을 덜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상승 충격이 발생하면 합계출산율은 최장 7년간 그 영향력이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와 같은 영향력은 주택가격 급등기에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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