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 ‘비은행 역량 높이자’

4대 지주 회장의 올해 화두는

차별화 부문에 ‘투자·자산운용’
증권·캐피털 등 영역 확장 초점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들은 세계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주요국의 강도 높은 긴축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도약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자, 자산운용 부문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어려운 환경이지만 기회의 문도 열려 있다”며 “정부의 금융규제 혁신 기조를 기회 삼아 내실을 단단하게 다지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기회를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금융상품 ‘중개·판매’에서 ‘자산 관리·운용’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자산운용 분야에서의 최고의 경쟁력을 갖자”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2023년의 키워드를 ‘변화와 도약’으로 꼽았다. 조 회장은 “안팎의 변화를 정확히 꿰뚫고 구체적인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모든 그룹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고 공감과 공유를 바탕으로 서로 협업하며 ‘원 신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된 금융을 제공하고, 자본시장과 국제 경쟁력 또한 세계적인 금융사의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앞서가는 경쟁자들도 변화하고 혁신해 우리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며 “우리만의 진정한 위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함 회장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금융(IB), 외국환, 자산관리, 캐피털, 신탁 등 우리가 잘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강점을 극대화하자”며 “강점과 노하우가 명확한 분야를 기반으로 해외로 진출해 핵심사업으로 만들고 글로벌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거센 파고를 넘는 데 초점을 맞춘 내실경영을 하되, 그 뒤에 따라올 기회 또한 즉각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성장 엔진의 피봇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자회사들의 핵심사업 시장 지위를 높여 수익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증권·보험·벤처캐피털 등 지난해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했던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는 올해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