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잇는 비평을 향해[2023 경향 신춘문예]
생각해보면 내가 한국문학에 애정을 갖게 된 것은 그것을 제대로 읽는 좋은 글들 덕분이었다. 그 글들은 비단 문학 작품뿐 아니라 여러 훌륭한 이론, 영화, 전시와 나를 이어주었다. 기사를 찾아보게 만들고 특정한 공간에 가게 만들었다. 그 무수한 힘들을 응축시킨 한 편의 글을 만나면 더 읽고 싶다는 욕망이 절로 샘솟았다. 그러나 그런 글을 내가 쓸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는데 저 글쓴이가 쏟은 시간 앞에서 나의 시간은 언제나 한없이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내게 글쓰기의 어려움에 비하면 ‘책 읽기의 괴로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글이 닿는 곳들을 미리 살필 줄 아는 배려와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르는 것을 지우고 나의 쓰기에만 몰두해야 하는 용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언제나 참 어렵다. 나는 그 경계에서 나오는 좋은 글들을 늘 부러워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것은 우리에게 오는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 속에 그것을 만든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경청하고 한데 모으는 비평을 생각한다. 나도 이제 막 불린 셈이면서도 누군가를 부르는 비평을 생각한다. 서로 다른 이들을 불러 모아서 나이나 경력, 사는 곳과 상관없이 한마디씩 하며 대화를 만드는 비평가가 되고 싶다. 나부터가 그런 대화를 주도하고 귀를 기울여준 사람들에게 많이 배웠다. 같이 읽는 즐거움을 알려준 현장 문학 스터디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각종 창의적인 방법으로 서로를 창작하게 만드는 민그노 친구들에게도 애정을 표한다. 두 분의 심사위원 선생님과 이 글을 가장 먼저 읽어준 보경, 무사히 마칠 용기를 주신 김은주 선생님, 책임 있게 읽고 말하는 법을 가르쳐주신 손유경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책의 매력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부지런히 알려주고 계신 부모님께 특별한 감사 인사를 드린다.
강도희
△1995년 부산 출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강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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