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신고 대사까지…치밀하게 준비한 '병역 면탈' 시나리오
다음 소식입니다. 50여 명의 병역 비리를 설계한 브로커들은 뇌전증 환자인 것처럼 연기를 하라고 시켰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이들은 마치 영화 대본처럼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시나리오에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의 구체적인 대사까지 담겨있습니다.
박지영 기자입니다.
[박지영 기자]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어머니가 발견"
영화 대본이 아니라 병역 브로커들이 만든 '병원 진료 시나리오'입니다.
의뢰인 A씨가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겁니다.
침을 흘리고 있고 전신을 떨고 있다는 증상이 묘사돼 있고, 119 상담원의 가상 질문에 대한 어머니의 대답도 적혀있습니다.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A씨의 답변은 물론 응급센터에서 진료를 받을 때 어떻게 말해야하는지도 대사처럼 적어놨습니다.
또 다른 의뢰인 B씨 시나리오도 비슷합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쓰러진 상황이라고 하고, 부모가 이를 발견한 뒤 신고하게 합니다.
의사를 만나서는 "치료 받으면 나을 수 있는 건지" 등을 물으라고도 합니다.
가짜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숙지 후 파기하라"며 보안을 강조한 대목도 보입니다.
브로커들이 이렇게 한 건당 받은 돈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시나리오대로 잘 연기한 의뢰인은 실제 뇌전증 진단을 받고 4급으로 현역 입영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앵커]
수사팀은 병역 브로커들과 의료진의 유착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입수한 시나리오에는 특정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란 얘기도 나옵니다. 의뢰인들에게 조언한 내용을 살펴보니, 뇌전증 증상을 전문적으로 이해하고 쓴 거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유요한 기자입니다.
[유요한 기자]
검찰은 특정 병원이나 의료진이 브로커들로부터 대가를 받고, 병역을 피하는 걸 도왔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입수한 시나리오에는 브로커들이 의뢰인에게 특정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지시한 대목이 있습니다.
어떤 교수가 진료를 할지, 어떤 검사를 받고 어떤 약을 처방받는지도 구체적으로 적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브로커들이 의뢰인들에게 조언한 내용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어지러운 느낌과 두통", "종종 멍하니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병원 진료에서 받을 질문을 예상해 만든 답변 시나리오인데, 실제 뇌전증 증상이 나타나기 전후의 몸 상태란 겁니다.
전문가들은 "뇌전증처럼 판단하기 어려운 질병의 허점을, 브로커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신원철/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 (증상이) 몇 달에 한 번씩 있는 사람도 있단 말이에요. 한 달 보고 나서 판정을 할 수는 없잖아요. 충분하게 진단을 내리고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짜 뇌전증 환자를 가릴 수 있도록 더 긴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단 겁니다.
(영상디자인 : 조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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