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몽니 속 세 번째 임기 시작한 룰라, ‘브라질 재건’ 선언
전 정권 방역 실패 비판하며
빈곤 퇴치·불평등 해소 약속
취임식서 ‘다양성·포용’ 강조
보우소나루, 승복 않고 불참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시기가 끝났다.”
12년 만에 대통령직에 복귀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눈물을 훔치며 이같이 선언했다. 폴라지상파울루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이 나라가 구축해온 권리, 주권, 발전의 위대한 유산이 최근 몇 년 동안 체계적으로 파괴됐다”면서 “브라질에 희망과 재건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룰라 대통령은 이날 30분간의 연설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집권 4년간 발생한 피해와 관련해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발생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가벼운 감기”라고 표현하는 등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약 70만명에 이른다.
룰라는 “국가를 개인과 이데올로기에 복종시키려 했던 이들에 대해 일체의 복수심을 품고 있지 않지만 법의 지배를 확립할 것”이라면서 “실수를 저지른 이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시급한 일은 국가적 파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피해자인 3300만명의 굶주린 사람들과 1억명의 가난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라면서 빈곤 퇴치와 불평등 해소를 약속했다. 또 경제발전과 탄소배출 제로 달성, 민주주의 수호를 약속했다.
2003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두 차례 브라질 대통령을 지낸 룰라는 지난해 10월30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1.8%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며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됐다.
취임식의 하이라이트인 대통령 띠 전달식에는 원주민, 어린이, 흑인 여성, 장애인이 참석했다.
이는 룰라 정부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전통적으로 대통령 띠는 직전 대통령이 새 대통령에게 건네는 것이 관례였지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전임 대통령이 새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이날 취임식은 지난달 24일 브라질리아 공항 인근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의 테러 시도가 발각돼 경계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거리에는 군과 경찰 병력이 배치됐으며, 오픈카 이동 시에 경호원 수천명이 동원됐다. 이날 칼과 화약을 소지한 한 남성이 현장에서 체포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브라질 정부는 취임식 안전을 위해 2일까지 총기 및 화약 소지 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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