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시위, 1년만에 봉쇄... 경찰 640명 인간띠
전장연 막고 시민만 태워
경찰·전장연 종일 대치
2일 서울 용산구 4·6호선 삼각지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시도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측에 의해 원천 봉쇄됐다. 경찰과 교통공사 관계자 등이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이들이 지하철에 오르는 것을 막아섰다. 전장연 측은 이에 반발하며 “지하철을 타겠다”고 오전 9시쯤부터 13시간 경찰 등과 대치하다 자진 해산했다.
전장연 측은 2021년 12월 3일 출근길 시위를 시작한 후 지난 13개월간 열차에 천천히 타고 내리는 방식 등으로 지하철을 60여 차례 지연시켰다. 이 기간 지하철이 수차례 1시간 안팎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경찰 등은 경고만 하거나 빨리 이동하라고 재촉하기만 하는 등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시민들로부터 “불법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교통공사는 역 내부에서 잇따라 경고방송을 내보내며 현행법에 따라 전장연 측의 지하철 탑승을 막았다. “역 내부에서 소란 행위를 할 경우 철도안전법에 따라 퇴거를 요구할 수 있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도 남성 기동대 10개 부대와 여성 기동대 2개 제대(총 640여 명)를 투입해 전장연 측을 막아섰다.
직장인들의 새해 첫 출근날인 2일 오전 8시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 전장연 측 관계자 50여 명이 들어와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해 기자회견을 했다. 전장연은 올해 정부 예산 중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나 근로 지원 예산 등 이른바 ‘장애인 권리 예산’을 정부안(2조6832억원)보다 1조3044억원 늘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올해 예산에 이 중 0.8%인 106억원만 늘어난 만큼 새해 지하철 시위를 시작한다”고 하고 이날 시위에 나섰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소속 삼각지역 역장은 즉각 “역 시설 등에서의 고성방가 등 소란 행위, 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등은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즉시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하라. 퇴거 불응 시에는 공사가 열차 탑승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린다”는 방송을 약 1분 간격으로 수십 차례 내보냈다. 이 내용은 철도안전법 제48~50조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전장연 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마친 후인 오전 9시 10분쯤 열차에 탑승하려고 했다. 그때 미리 대기하던 경찰과 교통공사 관계자들이 이들의 앞을 막아섰다. “경고 방송에 불응한 만큼 법에 따라 탑승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경찰 등은 승강장 스크린 도어 앞에서 길게 줄을 늘어선 채 전장연 관계자들을 막아섰다. 다른 승객들은 열차에 타는 데 큰 지장을 받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2021년 12월 3일 전장연 측이 출근길 시위를 시작한 후 약 13개월간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경찰과 서울시 안팎에선 전장연 시위가 1년 넘게 이어져 시민 피로와 불만이 극에 달하자, 서울시와 교통공사, 경찰 등이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으로 노선을 바꿨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가 화물연대 불법 파업에 원칙을 지키며 대응하는 게 국민 지지를 받은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도 이날 “전장연 측은 최근 약 2년간 출근길 시위 등으로 총 82차례의 지하철 내 시위를 벌였다”면서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추가로 낼 것”이라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이런 기류가 엿보인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 측에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중단하는 조건의 강제 조정안을 냈다.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 넘게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교통공사에 지급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장연 측은 이 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데, 5분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지하철 연착에 대해 민·형사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무관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장연 측은 경찰 등의 조치에 반발하며 “지하철을 타게 해주십시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승강장에서 13시간 농성을 했다. 그 여파로 삼각지역 승강장은 종일 혼잡했다. 경찰과 교통공사 직원, 취재진 등이 몰린 데다 오전에는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연대’ 측 30여 명이 전장연 비판 시위도 벌였다. 오후에는 지지자 등이 늘면서 전장연 측이 200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종일 ‘밀지 마세요’ ‘사람 눌려요’ 등의 고성이 오갔다. 승강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이날 삼각지역을 지하철이 그냥 지나치는 무정차 운행도 13차례나 시행됐다.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 오전 장애인 연대 소속 장애인이 전장연 측 관계자에 의해 밀려 넘어졌고, 오후에는 한 경찰 기동대원이 전장연 관계자가 휠체어로 들이받은 탓에 아킬레스건을 다쳐 제대로 걷기 힘든 상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각지역 벽에 전장연 측이 붙인 전단을 교통공사 관계자들이 즉각 떼어내자 언쟁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한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업무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금까지 전장연 회원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7명에 이어 최근 7명을 추가로 송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월가 황제 JP모건 회장도 “내각서 배제”
- 광주서 보기 드문 초대형 단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 거주 후 분양 전환 가능
- 혼잡 통행료 시행하겠다는 뉴욕주, 트럼프 “가장 퇴행적인 세금”
- “트럼프 측, IRA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계획”
- 교육·문화 2892억, 사회통합에 603억
- 서울시 ‘남녀 미팅’ 참가 경쟁률 33대 1
- 고추장 명인이 만든 떡볶이 맛은… 16~17일 ‘순창 떡볶이 페스타’
- 김장 잠시만요, 해남 배추가 곧 갑니다
- “尹대통령, 2년전 지방선거때 특정 시장·구청장 공천 요청”
- 28쪽 PPT 준비한 명태균 “공천과 무관한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