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중재’ 무산 하루 만에 탑승 시위 경찰에 막혀 “1박2일 농성”
서울교통공사 직원·경찰과
4호선 삼각지역 출근길 대치
지하철 13대 무정차 통과도
국가인권위 조사관 긴급파견
전장연 “법원 조정안 수용을”
사측, 지난 82회 시위도 “소송”
여권 ‘강경 대응’ 기조 그대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위해 올해 첫 지하철 탑승 시위에 나서자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무정차 통과’를 단행했다.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거부한 공사는 추가적인 민형사 소송도 예고했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을 제압한 것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의 시위에 대한 여권의 강경대응 기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3시2분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전장연 활동가들이 탑승을 시도하자 숙대입구역 방면 전동차가 역에서 멈추지 않고 지나갔다. 공사 측은 양측 충돌이 격화한 오후 8시51분부터 5대, 오후 9시15분부터 7대 등 하루 동안 총 13대 무정차 조치를 취했다. 삼각지역 무정차 통과는 지난달 14일에 이어 두 번째다. 전장연이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지하철 탑승시위를 시도하고, 서울교통공사 직원 및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여러 번 충돌이 빚어졌다.
전장연은 오전 8시부터 삼각지역에서 출근길 선전전을 벌였다. 활동가들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뒤 오전 9시12분쯤 전동차에 탑승하려고 하자 방패를 든 경찰 기동대가 전동차 출입문을 막아섰다. 공사는 일찌감치 승객들에게 “현재 4호선에서 전장연의 지하철 타기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4호선 열차 운행이 상당 시간 지연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공사는 현장에서 전장연 퇴거를 촉구하는 방송을 30초~1분 간격으로 내보냈다. 전장연은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며 반발했고,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하철을 탈 때까지 이곳에 있겠다”고 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이 오후 2시50분 전동차 탑승을 다시 시도하면서 또 충돌이 빚어졌다. 공사 직원에게 밀쳐진 에바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비장애인 직원 1명이 경상을 입고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대치가 계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삼각지역에 조사관을 긴급파견했다.
지하철 탑승 시위에 강경 대응한 공사는 추가적인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2021년 1월부터 현재까지 전장연이 벌인 총 82차례 지하철 시위가 대상이다.
공사는 전장연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건에 대해 법원이 최근 제시한 강제조정안도 거부했다. 강제조정안은 ‘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하라’ ‘전장연은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공사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공사는 “불법시위로 인한 이용객 불편, 공사가 입은 피해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심사숙고한 끝에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정했다”고 했다. 전장연은 강제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전날 밝힌 터였다.
경찰은 현재까지 지하철 시위로 출근길 지연을 초래한 전장연 활동가 24명을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총 30건 29명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그중 27명을 조사해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윤기은·전지현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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