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구제 논의, 승자·지역 독식 막고 위성정당 없애야
새해 벽두에 공직선거법 개편 논의가 점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에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가미하자는 뜻이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여러 대안을 잘 혼합해서 선거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2월 중순까지 복수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내면 본회의 전원회의에 회부해 3월 중순까지 확정하겠다고 했다. 선거제 개편이 연초부터 정치 의제로 급부상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승자독식으로 이어진다. 2020년 총선에서도 1256만여표(43.7%)는 사표가 됐고, 사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수도권·호남과 국민의힘이 65석 중 56석을 점한 영남에서 컸다. 선거제가 유권자 뜻을 오롯이 반영하지 못하고 지역 독점을 심화한 것이다. 거대양당이 급조한 비례대표 위성정당도 표심을 왜곡하고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막았다. 이러다보니 의원은 정당 공천에 더 매달리고 여야 정쟁만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대결 정치’ 뿌리에 승자독식 소선거구제가 있다는 정치권의 각성은 시의적절하고 의미도 크다.
통상 한 지역구에서 2~3인을 뽑는 중선거구제와 4인 이상을 뽑는 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도농 지역에 모두 도입할지, 2인·3인·4인 이상 선거구를 어떻게 정할지, 한 선거구에 정당 복수공천을 허용할지 등 짚고 따질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와 지역구·비례대표 조정 문제로 확장될 수 있고, 의원·정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논의가 중단된 과거 전철을 반복할 수도 있다. 청년·여성들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일도 중요하다. 승자·지역 독식을 막는 방법에 중대선거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비례대표제를 전국 권역별로 뽑거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성정당을 막고, 지역구 다득표 탈락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도 있다. 모든 선거제의 장단점을 두루 따지고 조합해 최대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향신문 신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43.4%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개혁 1위로 ‘정치’를 꼽았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치와 국회를 바꾸기 위해 승자독식 선거부터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도 넓다. 하지만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내년 4·10 총선에 처음 적용될 선거법 개정은 오는 4월10일까지 마쳐야 한다. 여야는 당리당략적 접근이 아닌 정치개혁의 대의에 입각해 선거법 개정 논의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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