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 막겠다고…좁은 지하공간에 경찰 수백명이 투입됐다

고병찬 2023. 1. 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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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공사)와 경찰이 발생하지도 않은 열차 지연을 이유로 경찰 수백명을 투입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자체를 전면 봉쇄하고 무정차 통과까지 했다.

전장연은 법원 조정안에 따라 '5분 이내'에 탑승을 마치겠다고 했지만, 공사 쪽은 "1분만 늦어도 큰일"이라는 오세훈 서울시장 강경 대응 기조에 따라 하루 종일 이들의 탑승을 가로막으며 오히려 시민 출퇴근 불편을 가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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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법원 조정안 따라 ‘5분 이내’ 탑승 시도
오세훈 시장·서울교통공사·경찰은 ‘전면 봉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일 저녁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탑승을 시도하자 경찰들이 이를 막아서며 밀집도 증가 등 위험한 상황이 장시간 지속됐다. 서혜미 기자

서울교통공사(공사)와 경찰이 발생하지도 않은 열차 지연을 이유로 경찰 수백명을 투입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자체를 전면 봉쇄하고 무정차 통과까지 했다. 전장연은 법원 조정안에 따라 ‘5분 이내’에 탑승을 마치겠다고 했지만, 공사 쪽은 “1분만 늦어도 큰일”이라는 오세훈 서울시장 강경 대응 기조에 따라 하루 종일 이들의 탑승을 가로막으며 오히려 시민 출퇴근 불편을 가중시켰다. 정작 공사 쪽 안전관리 문제에 따른 지하철 고장으로 열차가 멈추며 새해 출근 첫날부터 지각이 속출했다.

전장연은 2일 아침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증액을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 중 0.8%만 국회를 통과했다”고 밝힌 뒤, 오전 9시10분부터 열차 탑승을 시도했다. 앞서 법원은 ‘5분 이내 탑승이 이뤄지지 않으면 열차 지연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냈고, 전장연은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사와 경찰은 휠체어 장애인 70여명의 탑승 자체를 막기 위해 지하철 4호선과 6호선 지하 환승 구간 좁은 플랫폼에철제 펜스를 치고 방패를 든 경찰 600여명(오전 480여명)을 투입했다. 삼각지역 역장은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들며 “퇴거 불응 시 열차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는 방송을 1~2분 간격으로 했다.

출근시간대에 시작한 대치는 이날 저녁 퇴근시간대를 넘겨 밤 10시께 전장연이 해산하면서 풀렸다. 좁은 지하공간에 경찰 수백명과 공사 직원, 전장연 활동가, 취재진 등이 장시간 얽히며 위험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경찰은 전장연 쪽이 물러설 때까지 대치를 풀지 않았다. 경찰과 공사 직원들은 시민 통행로를 확보하겠다며 이형숙 전장연 활동가의 휠체어를 강제로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한 활동가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열차 탑승을 시도하던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도 경찰과의 충돌로 휠체어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대치가 계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장에 조사관을 급파했다. 경찰은 전장연 활동가가 경찰을 폭행했다며 수사 방침을 밝혔다.

박경석 대표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 이후 공사와 경찰은 ‘5분 이내’ 선전전마저 막고 있다. 평화로운 선전전을 할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내달라”고 호소했다. 전날 오 시장은 <엠비엔>(MBN)에 출연해 법원 조정안 거부 뜻을 밝히며 “1분만 늦어도 큰일이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연장시킬 수 없다”고 했다.

2일 법원 조정안을 거부한 공사는 이날 삼각지역을 통과하는 열차를 13차례나 무정차시키며 오히려 시민 불편을 키웠다. 이주언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법원에서도 전장연 요청과 시민 불편을 고려해 5분을 넘기지 않도록 조정안을 만든 것이다. 공권력을 투입해 탑승을 전면적으로 막는다면 헌법소원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작 이날 열차 지연은 공사 쪽 책임으로 발생했다. 출근시간대인 7시34분 지하철 2호선에서 궤도장애가 발생해 열차가 10여분 지연됐다. 이후 여파는 1시간 넘게 지속됐다. 공사는 전장연 시위는 에스엔에스(SNS)에 알리면서도, 지하철 고장은 아무런 공지도 하지 않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과 이 단체 박경석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강제조정하며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고병찬 서혜미 박지영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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