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선고나나” 답답…‘지연 이유’ 안 밝히는 대법원
[앵커]
현행법상 대법원은 형사소송은 4개월, 민사소송은 5개월 안에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요.
판결 확정까지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재판 당사자들은 언제 선고가 되는지, 왜 늦어지는지도 알지 못한 채 속절없이 시간만 보내야 하는데, 대법원이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재판이 늦어지는 이유를 알리겠다고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말뿐인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2015년 무고 혐의로 기소돼 1년 4개월간 1, 2심 재판을 받은 A 씨.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갈 때만 해도 '이젠 끝이다' 싶었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다시 5년을 더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사건 진행 상황을 알아봐도 '쟁점 검토 중'이라는 말이 전부, 누구도 재판이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A 씨 변호인/음성변조 : "법원에서는 그런 식으로 기재를 하더라고요. 그게 뭡니까? 판사님에게 물어보기도 그렇고, 대법원에 일반직 공무원들 물어보면 그분들도 마땅한 대답을 안 하시더라고요."]
대법원은 지난 2015년부터 재판이 길어지는 3심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지연 사유를 밝히는 제도를 시행해 왔습니다.
사건이 접수된 지 1년이 지나면 사건 진행상황에 이유를 반드시 쓰고, 2년이 지나면 더 구체적으로 밝히게 한 겁니다.
외국 입법례와 판례를 검토하는 중이라거나, 여러 사건을 통일해 처리하겠다는 등 왜 선고가 늦어지는지 자세히 알려주겠단 취집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건에서 심층 검토 중, 종합 검토 중이라는 모호한 말만 반복할 뿐 제대로 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과 심리내용을 사전에 노출하는 것 사이에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며 제도가 잘 시행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올해도 업무를 시작하며 '빠른 재판'과 '국민과의 소통'을 다짐한 사법부.
[김명수/대법원장 : "법원을 찾은 국민에게 절차적·실체적 만족감을 부여하는 한편 정의의 신속한 실현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도 반드시 부응해야 하겠습니다."]
스스로 만든 규정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사법서비스 강화'는 '헛된 구호'에 그치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 황종원 최석규/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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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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