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듀오 갖고도 허비한 5년, 이제야 깨달은 조력자…천사들의 마지막 도전
[OSEN=조형래 기자] MVP급 성적을 기본적으로 찍어줄 수 있는 선수와 투타겸업으로 리그를 지배할 수 있는 선수를 보유한 팀이 있다. 당연히 포스트시즌은 기본적으로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선수를 보유한 팀은 지난 5년 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문턱을 밟지 못했다. 심지어 이 기간 5할 승률 시즌 조차도 없었다. LA 에인절스는 이런 팀이다.
MVP 3회, 실버슬러거 9회를 기록한 마이크 트라웃(32), 그리고 진정한 투타겸업으로 2021년 만장일치 MVP를 차지했던 오타니 쇼헤이(29)와 함께한 5년, 에인절스는 처참한 시즌의 반복이었다. 트라웃은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오타니가 2018년 에인절스에 합류했다. 꿈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듀오가 뭉쳤다.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두 선수만 갖고 야구를 할 수는 없었다. 트라웃이 북치고 장구치고, 오타니가 만화야구를 실사로 고스란히 옮겨온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지만 전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트라웃은 이미 2019시즌을 앞두고 12년 4억2650만 달러의 초장기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오타니였다. 오타니와는 장기계약을 맺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프리에이전트(FA)까지 1시즌만 남겨두게 됐다.
투수로 15승을 올리고 타자로 40홈런 가까이 때릴 수 있는 선수에 대한 몸값은 현재로서 가늠하기 힘들다. 초대형 계약이 트렌드가 된 시점에서 10년 이상의 계약 기간에 총액 5억 달러 돌파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일단 FA를 앞두고 1년 3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아트 모레노 구단주는 일찌감치 구단 매각을 선언했다. 구단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더 높은 금액에 매각하기 위해서는 오타니가 잔류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오타니는 그동안 구단의 행보가 탐탁치 않았다. 전력 보강은 등한시 했고 특히 투수진 보강이 빈약했다. 역대급 성적을 찍고도 가을야구 한 번 하지 못한 오타니 입장에서는 구단에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오타니가 절대적인 갑의 입장에서 장기계약이든 구단의 운영 방향이든 발언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결국 ‘MVP 듀오’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시즌, 부랴부랴 전력 보강에 나섰다. 일단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15승5패 평균자책점 2.57의 성적을 기록한 타일러 앤더슨을 3년 39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오타니와 원투펀치를 이룰 적임자다. 또한 트레이드로 외야수 헌터 렌프로, 내야수 지오 어셸라 등을 타선의 조력자로 데려왔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브랜든 드루리와 2년 17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맞다. 그러나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 리빌딩의 성과가 나오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 공격적인 투자를 한 텍사스 레인저스의 아성을 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오타니를 트레이드 한다면 대대적으로 리빌딩을 펼칠 수 있는 유망주 패키지를 손에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에인절스는 당장 오타니를 트레이드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MLB.com은 ‘오타니를 트레이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대신 ‘에인절스가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포스트시즌 컨텐더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매체는 ‘에인절스가 놀라운 겨울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팀의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그들의 성과는 업계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트라웃, 오타니이라는 슈퍼스타를 갖고도 엄청난 실망을 안겨준 팀의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라면서 ‘두 선수가 건강해야 한다는 전제를 빼고서 에인절스에 필요한 것은 조력자들의 능력이다. 렌프로 드루리가 함께하는 라인업은 지난해보다 더 강력하고 최고의 유망주 포수인 로건 오호프가 더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플레이오프에 나갈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7월 말까지 떨어지는 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트레이드 해야 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야구의 유니콘 같은 전설적인 존재에 대해 적절한 가치를 책정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다음 구단주가 오타니와 연장 계약을 하는 엄청난 행동을 할 지 모르지만 앞서가서는 안된다’라면서 새로운 구단주가 전폭적인 투자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선택지에 넣었다.
MVP 듀오와 함께하는 사실상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다. 과연 에인절스 구단의 행보, 오타니의 선택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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