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260조 ‘역전세 폭탄’ 불씨…전월세 보험가입 20%뿐
아파트 비중이 72% 가장 많아
일부 단지 매매가, 전세가 근접
2일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전국 전월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신고된 200만8422건의 전월세 거래 보증금은 325조 312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세 보증금 규모는 표본을 통한 추정치는 연구 논문을 통해 제시된 적이 있지만, 실제 등록된 거래를 통해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2021년 6월부터 전국(경기도 외 도 지역의 군 제외) 임대차계약 중 보증금이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은 관할 관청에 신고가 의무화됐다.
최근 ‘빌라왕 사태’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전체 보증액 중 HUG 등 금융기관의 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비중은 20% 이하에 불과해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발급한 실적은 약 49조9280억원이다. 보증금반환보증은 HUG와 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 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데 HUG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월세 보증금 325조원 가운데 80% 이상은 보증금반환보증 없이 사인간 계약으로만 이뤄진 셈이다. 지난해 이뤄진 임대차 계약 중 전월세 보증금 약 260조원은 역전세난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매가가 전세가 아래로 내려간 경우는 드물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주택 전체가 깡통 전세가 될 우려는 크지 않다”면서도 “최근 빌라왕 사태 등으로 임차인들도 경각심이 생겨 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체 보증금 중 아파트 임대차 계약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2%로 가장 많았고, 연립·다세대(15.1%), 단독·다가구(7.5%) 순이었다. 아파트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다른 주택 유형보다 낮아 임대차 계약 시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택 유형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중 매매가격이 1~2년 전 전세가격 수준으로 내려가는 사례들도 나타나며 전월세 보증금과 관련한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 6억5000만원(12층)에 중개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전세 최고가는 2021년 5월 6억7000만원(2층)을 기록한 바 있다. 비록 최고가이기는 하지만 1년 5개월 전 전세가격보다 매매가격이 2000만원 저렴해진 것이다. 현재 이 단지 전용면적 84㎡ 최저 호가는 6억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강북 대표 뉴타운인 길음뉴타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2단지 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은 지난해 11월 7억6000만원(10층)에 손바뀜했다. 1년 5개월 전 기록한 전세 최고가 7억5000만원과 불과 1600만원 차이다. 현재 최저 호가 역시 7억7000만원 수준이다.
SK북한산시티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비싼 가격에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매수를 고민하다가도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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