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기영에 ‘강도살인 혐의’ 적용검토…4일 검찰 송치

경찰, 강도살인 혐의 입증에 주력
이기영, 피해자 살해 등은 인정
계획살인 의혹은 우발적 범죄 주장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4개월간 동거인과 택시 기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기영(31)에 대해 경찰이 강도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오는 4일 이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으로 송치과정에서 현재 얼굴이 공개될 전망이다.

동거인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 (사진=경기북부경찰청)

2일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씨가 저지른 두 건의 범행 모두 일반적인 살인이 아닌 금품을 노려 의도적으로 벌인 강도살인으로 보고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이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및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등이다. 이씨는 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살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범행 전후의 상황을 볼 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형법상 살인죄의 형량은 5년 이상 징역형에서 사형이지만 강도살인의 최하 형량은 무기징역, 최고 사형이다.

또 경찰은 이씨의 추가 범행 가능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근 1년간 이씨와 연락한 주변인의 전수조사를 완료했다. 1년간 이씨와 메시지, 전화 등을 한 사람은 약 380여명으로 경찰은 95%와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0여명은 통신사 문제 등으로 확인이 늦어지고 있지만 추가 피해자로 의심될 만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이씨와 이혼했던 상대의 안위에는 이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택시 기사처럼 일면식도 없던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고, 이씨가 검거 당일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시비가 붙었던 사실이 알려진 만큼 경찰은 이씨의 과거 행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께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 기사인 60대 남성 A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아파트 옷장에 시신을 숨긴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8월 초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 변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경찰이 같은 달 29일 숨진 택시 기사 A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이씨는 범행 직후 600만원 상당의 커플링, 고급 술집, 호텔 비용을 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A씨의 스마트폰 잠금 패턴을 풀어 비대면 방식을 통해 수천만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신용카드 사용액과 이를 합하면 5400만원의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대출받은 금액 등은 총 7000만원가량이며 동거했던 B씨 명의로는 1억여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A씨가 소지하고 있던 수첩에 그려진 패턴을 보고 스마트폰 잠금을 푼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를 이용해 A씨를 걱정하는 가족의 메시지에 답하며 A씨 행세를 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합의금이나 수리비를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사고 이전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이씨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며 그에 대한 목격담이 이어졌지만 그가 주변인에게 했던 말 중에는 거짓이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중 자신이 건물주이며 거액을 상속받았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며 실제 본인이 벌어서 가진 자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기영은 경찰조사에서 “젊은 사람이 일도 안 나가고 낮에 동네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주변에서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재은 (jaeeu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