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당할까봐”...주 단위로 쪼개 계약하는 MZ세대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1. 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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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단위 ‘주세’ 임대까지 등장
전문가 “다양한 임대차 나올 것”
[사진 = 연합뉴스]
목돈과 대출을 합한 돈으로 2억5000만원 짜리 오피스텔에서 전세로 살다 이사를 준비 중인 직장인 최 모씨는 전세사기에 대한 걱정과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주세 임대를 고민 중이다. 최씨는 “전세 사기 사건을 보면서 불안감이 커져 월세방을 알아봤지만 살만한 집들은 보증금이나 월세 가격이 비쌌다”며 “안 그래도 대출 이자 때문에 보증금이 더 적은 집을 찾고 있었는데, 비슷한 돈을 내거나 조금 더 주더라도. 돈 잃을 위험이라도 없는 무보증금 주세 주택이 낫지 않을까 싶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고액의 보증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세 임대’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주 단위로 측정된 금액을 원하는 기간 만큼 계약한 뒤 주세를 매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인데, 편의상 달 단위로 묶어서 돈을 지급하기도 한다. 기존의 단기 임대 제도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계약 기간이 더 줄어들고 보증금이 한달 월세 수준으로 적거나 아예 사라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세 임대는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전세 제도가 없는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많이 도입된 제도다. 다만 월에 내는 총 비용을 따져보면 월세보다 주세가 더 높아 주거비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보증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사회초년생들이나 최근 급증한 대출이자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수요가 있다”며 “위치나 시설이 괜찮은 집들의 월세 가격도 함께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 고액의 보증금에 대한 부담감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무보증 주세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 사이트·어플과 중개 카페에는 서울 도심권을 중심으로 곳곳에 주세 임대 매물이 나와 있었다. 원룸·오피스텔·빌라 매물이 대부분이지만, 고시원이나 게스트하우스를 개조해 임대를 주는 매물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의 경우 보증금 없이 1주에 35만원을 내면 거주할 수 있다. 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주세 임대방은 주에 45만원을 내면 3억~4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 없이 풀옵션의 역세권 오피스텔 입주가 가능하다.

이에 온라인 부동산 거래 커뮤니티에는 ‘무보증 단기 임대’ 매물 관련 게시글이 하루에도 20건씩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고, 주 단위의 주택 계약을 중개하는 플랫폼 업체까지 등장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손해는 없다. 공실률을 줄일 수 있어 이득이면서도, 이자나 보유세의 경우 그 비용만큼 월세를 더 높게 받으면 손실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여명희 연구원은 “임대인은 공실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주세 같은 방식을 택할 수 있다”며 “다만 임차인이 주 단위로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최대 2년까지 임차인을 보호하는 임대차보호법으로 인해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세 임대에 대한 청년층 수요 증가는 1년 3개월 연속 오르고 있는 기준금리와 급증하고 있는 전세 사기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3.25%로 2.75%포인트 인상하면서 전월세 보증금 대출 이자가 급등해 보증금 부담이 커졌다. 또 전세 사기 피해도 늘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서울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2021년 같은 기간(2954건)보다 25.9% 증가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전세보증보험) 사고 건수도 2527건으로,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보증금도 5368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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