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 가득 쓰레기 왜 못버릴까”...홀로 사는 집 가보니
은둔형 1인 가구 증가하면서
저장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 늘어
쓰레기집 계속 살면 고독사 위험
“집밖으로 나와 살게끔 하고 싶어”
각종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방안에 찌든 니코틴을 닦아내니 75ℓ 종량제 봉투 15개 가득채워졌다. 이곳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A씨는 사업실패로 인해 고립된 생활을 이어왔다. 침대 머리맡에는 높은 도수의 양주병 6개가 있었고 냉장고와 창틀엔 죽은 날벌레가 가득했다. 술과 담배, 배달 음식으로 은둔 생활을 이어온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울증을 겪는 이들과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독사한 방과 쓰레기집을 치우는 특수청소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날 청소를 담당한 손용희 클린어벤져스 부대표는 “여름에는 악취로 인해 매달 100건씩 쓰레기가 가득한 집의 청소 의뢰가 들어온다”며 “1인 가구 100가구중에 한 가구 정도는 버리지 못하는 것에 어려움 느끼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총 3378명으로 2017년 2412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전체 고독사 중 2030 세대도 6.3∼8.4%를 차지해 매년 200여 명의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고독사 중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숨진 비율은 20대 56.6%, 30대 40.2%로 전체 평균인 17.4%를 크게 웃돌았다.
이준희 클린어벤져스 대표는 “쓰레기집의 경우 의뢰인의 80~90%가 젊은 여성”이라며 “대인기피증이나 범죄 피해 트라우마로 인한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가 일정량 이상 넘어가면 여성 혼자 치우기엔 어려운 일이 된다”며 쓰레기집에 계속 살게되면 고독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들을 밖으로 꺼내주거나 관심을 갖고 도와주지 않으면 여기서 죽는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사명감과 책임감이 생겼다”며 “사회란 게 차갑고 냉정하지만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립된 청년들이 사회로 다시 진출할 수 있게끔 돕기도 했다. 은둔생활을 접고 재활 의지를 보인 60여명의 집을 무료로 치우며 필요한 물품들을 후원했다. 그중엔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사연을 보낸 사람도 있어 창업을 할 수 있게끔 기술을 전수해 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과 노년층의 고립을 단지 개인의 문제로 취급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청년층의 쓰레기집과 달리 노년층은 저장강박 증세를 보인다. 이들은 쓰레기를 재화로 가치가 있다고 여기며 청소를 거부한다. 지방자치단체나 이웃주민이 쌓여있는 폐기물을 청소하고자 하면 이들은 삶의 영역을 침범당했다며 불만을 호소하기도 한다.
저장강박증이 있는 노인의 집을 청소했던 이성은 사회복지사는 “다 썩고 먹지 못할 정도로 곰팡이와 벌레가 기어 다니는데도 일부러 저렇게 말리고 있다고 말하는 노인들을 봐왔다”며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자체의 체계가 더욱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중장기적으로 중장년, 노인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 청년기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고립청년·은둔청년에 대한 발견과 지원으로 사회에 재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둔형 외톨이라거나 히키코모리라고 부르며 사회에서 분리해 지원하지 말고 이들을 사회구성원 중 한명으로 안아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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