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기본에 충실하면 방법 찾을 수 있다

2023. 1. 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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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산업부 재계팀장

"집중이란 덜어내고 또 덜어내는 것이다. 복잡함을 빼고 기본에 충실하다보니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고객의 만족이 극대화됐을 때 우리의 이윤은 저절로 따라온다."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은 지난달 펴낸 책 '천원을 경영하라'에서 다이소 성공 비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마흔다섯 늦깎이 창업자에서 연매출 3조를 달성하기까지 마진이 아닌 고객 만족을 좇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기본을 지켜왔다. 성실함과 집요함으로 이뤄낸 그의 '천원 경영'은 경영학계에서도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손꼽히며 다양한 주제로 연구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 여파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재계 총수들이 계묘년 새해를 맞아 내놓은 경영 방침에는 내실을 다져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결국 박 회장이 고수해온 '기본'에 귀결된다.

총수들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선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대부분 수년째 신년사에서 고객을 강조해왔으나 이번엔 관계의 깊이를 구체화하며 신뢰를 확고히 하겠다는 각오다.

고객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경제 혼란기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는 현실 반영으로 풀이된다. 고객과의 신뢰가 굳건한 경쟁력으로 발전하면 경제 상황이 나아졌을 때 기회의 문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제는 기업에도 관계가 중요한 시대"라며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지가 곧 나의 가치"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관계의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의 크기가 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보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자"고 주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9년 취임 후 첫 신년사를 통해 LG가 나아갈 방향이 고객임을 강조하며 매년 고객 가치 경영 메시지를 진화·발전시켜오고 있다. 올해는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찾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며 "모든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고객 감동을 키워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객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해결책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드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며 "그런 성과가 쌓여 현재가 미래로 나아갈 때 고객의 기대는 한화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역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항공 정상화에 대비한 수요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 항공업계가 위축되지 않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관계'와도 연결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국내 산업계 최초로 '고객 몰입 경영'을 선포했다. 그는 "고객을 다면적·다차원적으로 깊이 이해해야 한다"며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미래의 니즈까지 찾아내 충족시켜주는 고객 행복 경험을 통해 기업과 고객이 일체화되는 혁신이 이뤄져야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경영의 기본은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두터운 신뢰가 형성되면 고객이 그 기업의 찐팬이 돼 어떤 행보에도 기꺼이 같이 할 테니 그보다 큰 경쟁력이 있을까. 고객만족 경영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서로를 보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라면 상대의 일과 고민을 느끼는 것은 협력의 시작인 셈"이라는 박정부 회장의 말처럼, 환경이 어려울 땐 더욱더 주변을 살피고 위기를 돌파할 원동력이 될 고객 또는 관계를 형성한 이들과 손잡아야 한다. 그들은 곧 위기를 돌파할 원동력인 '내편'이다.

박 회장은 책에서 고객 만족에 대해 "냉장고에 코끼리를 집어넣기 혹은 신데렐라 언니가 신데렐라 구두에 발을 맞추는 것과 같다"고 역설했다. 생산관리자로 16년간 일한 뒤 실직자가 돼 막다른 길을 경험한 그가 35년 동안 집요한 고민으로 현장에서 실행한 경영철학은 단순하지만 어렵다. 그렇기에 총수들에게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은희 산업부 재계팀장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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