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지역갈등 완화 기대… 현역의원 기득권 포기가 관건 [‘선거구 개편’ 논의 급물살]
1개 지역구서 2명 이상 대표 선출
사표 방지·군소정당 당선 가능성 ↑
인구 적은 농어촌 대표성 저하 우려
최소 3인 이상의 당선자 배분 제안
비례대표 의석 확대 등 대안 봇물
의석 확대 ‘국민 불신’ 최대 걸림돌
새해 초부터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감안할 때 선거법 개정 시한(4월10일)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가 대량의 사표를 발생시키고, 군소 정당의 국회 진출 가능성을 낮춘다는 문제 의식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정작 해당 제도를 논의할 국회의원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지가 미지수다. 그만큼 선거제도 개혁이 어렵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국회 내에서 주로 논의되는 선거제도 개편 방안은 ‘중대선거구제’다. 지역구별로 당선자를 2명 이상 선출하는 제도로 3∼4위 득표자도 당선될 가능성이 있게 된다. 양당 독과점을 극복할 수 있고 사표를 비교적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도는 인구수가 적은 농어촌의 경우 대표성이 낮아질 수 있다. 현행 253개 소선거구 상황에서도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이나 경북 군위군·의성군·청송군·영덕군 등 생활권이 다른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동일 지역구로 묶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영호남 지역 갈등은 완화할 수 있다지만 인구가 적은 농어촌의 대표성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현행 253석에서 절반 수준인 127명으로 줄이고 중대선거구제도를 도입하되, 권역별 비례대표 127명, 전국 비례대표 46명을 선출하는 안을 내놨다. 특히 이 의원 안은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힘 이명수·이용호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도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은 이를 보완한 중대선거구제안을 내놨다. 전국을 39개 권역으로 나누고, 인구수대로 5∼10명 당선자를 배분한 뒤, 농어촌 지역이 많은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권역에 최소 3인 이상 당선자를 두는 방식이다.
여야 이번엔 합의 이룰까 지난 2022년 4월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지방선거 선거제 개혁과 다당제 정치개혁 촉구’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앞줄 왼쪽 다섯 번째), 정의당 배진교 의원(〃 여섯 번째)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다만 선거법 개정 시한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데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총선 때마다 여야의 ‘정치적 구호’에 그쳤다는 점에서 비관적 시각도 상당하다. 소선거구제로 당선된 일부 현역 의원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데다 선거구 획정·비례대표 의원 정수·연동형 비례제 폐지 등 여러 사안이 맞물린 만큼 여야가 끝내 합의에 이를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여당 일각에서 조차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언급을 ‘원론적 차원’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면적인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아니라 지역별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를 섞을 필요가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중대선거구제라는 표현보다, 지역별로 최대 2인을 뽑도록 하는 제도 정도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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