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뺀 이발사, 총 든 영웅… 부조리 맞서 복수를 노래하다
기괴한 대사·음악, 섬뜩한 분위기 연출
스티븐 손드하임作 3월 5일까지 공연
안중근 의거 다룬 ‘영웅’
엄숙하지만 볼거리 많아 역사극 편견 깨
뮤지컬 공연 내달까지… 영화도 상영중
■스릴러와 블랙코미디 '스위니 토드'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엄숙하고 어두운 느낌의 "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주인공의 이름인 '토드(Tod)'는 독일어로 죽음을 뜻하며 당시 도시 전설에서 유래했다. 19세기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노동 착취, 위생 문제, 지도층의 부패로 썩어가고 있었다.
극중 주인공인 스위니 토드는 아름다운 아내 루시, 딸 조안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실력있는 이발사였다. 하지만 그의 아내를 탐낸 터핀 판사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외딴 섬으로 추방당한다. 15년 뒤 그는 '스위니 토드'로 이름을 바꾸고 '이발사 탈을 쓴 악마'가 된다. 이발소의 아래층에서 파이 가게를 하는 러빗 부인에게 15년 동안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복수를 계획한다. 최초의 살인 이후 이 둘은 죽은 사람의 시체를 재료로 파이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1979년 3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유리스시어터에서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초연됐다. 특히 2021년 별세한 브로드웨이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어쌔신' 등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으며 작곡가로서는 8번의 토니상 수상으로 최다 기록을 세웠다.
섬뜩한 분위기의 연출과 쉴새없이 이어지는 음악과 대사 속에서도 작품은 유머와 풍자를 잃지 않는다. 인육 파이를 만들어 팔면서도 정치가, 의사, 변호사 등 직업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고 표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천재 작곡가인 손드하임 역시 생전 스스로를 "작곡가라기보다는 음악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극작가"라고 소개한 것처럼 대사와 음악이 기상천외하게 이어진다.
6년 전 러빗부인 역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이번에 다시 러빗부인을 연기하는 배우 전미도는 "작품과 배우에도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3월 5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지루한 역사극 편견 깬 '영웅'
지난해 8월 소설가 김훈은 안중근의 의거를 다룬 소설 '하얼빈'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고 밝혔다.
소설 '하얼빈'에 이어 안중근 의사를 다룬 뮤지컬 '영웅', 그리고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연말부터 현재까지 상영 중이다. 시대가 안중근을 소환한 것이다.
지난 2009년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초연된 뮤지컬 '영웅'의 한 줄 감상평은 "엄숙하지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역사 뮤지컬을 화려한 연출과 볼거리, 배우의 열연을 통해 집중력있고 재미있게 만들어내 엔터테인먼트로 충분하다"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까지의 과정, 그리고 이후의 사형집행 과정을 다룬다.
뮤지컬은 역사적 사실의 고증과 함께 대중예술로서의 접근성과 감동을 위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고, 특히 최신 기술을 활용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명성황후 시해 당시 어린 궁녀였던 설희가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위해 하얼빈행 열차에 타는 장면은 실제로 거대한 열차 세트를 무대에 올려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또 화려한 한복을 입은 군무와 일본 순사들의 대형 군무, 이들에게 쫒기는 안중근 의사와 동료들의 추격전은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박짐감 넘친다.
한 공연관계자는 "무대미술은 윤호진 연출과 박동우 무대디자이너가 초연 이전에 직접 중국과 블라디보토크를 다녀와 완성했다"며 "자작나무숲, 블라디보스토크 거리, 기차 등을 사실감 있게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안중근 역은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맡았다. '스위니 토드'에 '과연 전미도(러빗부인)'가 있다면 '영웅'에선 '과연 정성화(안중근)'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공연은 오는 2월 28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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