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만성적 인력난”…산업계는 ‘고용연장’ 도입 나서

박순엽 2023. 1. 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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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정년 퇴직자 계약직 재고용'에 노사 합의
노사 '고용연장' 뜻 맞아떨어져…"60~70%는 재입사"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시니어 활용 기술인재 확보
'정년 넘어서 일할 수 있는 회사' 표방하는 기업 등장

[이데일리 박순엽 이다원 기자] “일감은 쌓여 가는데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이러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 우위에서 밀리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총 13만5000명’. 앞으로 5년 동안 국내 조선 건조량을 고려하면 오는 2027년 조선해양산업에 필요한 인력의 수다. 지난해부터 5년간 조선업 종사자 수가 4만3000명이 늘어야만 국내 조선해양플래트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는 데 조선업계 자체의 문제와 더불어 저출산·인구감소에 따른 문제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산업계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이른바 ‘고용연장’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당장 현장 인력이 부족한 조선산업을 포함해 반도체·전자 등 주요 업계에선 현장·기술인재를 중심으로 정년 이후 고용을 연장하는 제도를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인력난 심각’ 조선업계, 노사 간 ‘고용연장’ 제도 도입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체결하면서 직전년도 정년 퇴직자를 계약직으로 다시 고용하는 조항에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정년을 맞이한 생산기술직 중 건강검진을 통과한 이에게 1년 더 계약직으로 일할 기회를 주기로 했으며 희망자는 1년 후 추가로 1년 더 일할 수 있게 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도 지난해 임단협 합의안에 정년 퇴직자의 생산 촉탁 근무(59세 임금의 70~60% 지급) 시행을 포함했다. 즉, 퇴직자 중 촉탁 근무를 원하는 이들은 1년간 조선소에서 더 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밖에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노사도 지난해 합의안 내용에 ‘생산기술직 정년 후 계약직 채용 확대’를 포함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는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인력난과 깊은 관계가 있다. 조선업계는 최근 탄탄한 수주를 기록하며 일감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숙련된 현장 인력이 부족해 발을 구르는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4년 20만344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줄어들어 지난해 7월 기준 9만2394명으로 54.5%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 등장한 노사 간의 고용연장 합의는 조선업체들과 근로자들 간 요구가 맞아떨어진 사례라고 평가된다. 당장 숙련된 인력이 부족한 조선업계로선 오랜 경력을 갖춘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고 정년을 맞아 직장을 떠나게 된 근로자들로선 별다른 직업 교육 없이 더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서다. 결국 조선사와 근로자 모두 윈-윈(win-win)인 셈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한 해 정년 퇴직자가 전체 200~300명 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60~70%는 다시 입사하는 방안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생산공정이나 부서마다 고숙련 기능공 등이 필요한 곳이 있는데 최근 숙련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이 다시 입사함으로써 전반적인 공정에도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인재 확보 시급한 반·디…‘시니어’ 활용해 실무·교육까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이러한 인력난이 앞으로 조선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내놓은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에서 2020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10년간 생산가능인구가 134만4000명 느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증가한 인원 463만3000명의 29% 수준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특히 전 세계적인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인력난까지 겪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우수한 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제도를 분주히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 정년 이후에도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지난해 5월부터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니어 트랙 선발위원회를 꾸려 올해 2월까지 정년퇴직할 예정인 직원 중 시니어 트랙 대상자를 선발하고 있다. 대상은 최근 3년 평균 ‘나’등급 이상을 받은 성과 우수자나 삼성 최고 기술 전문가인 ‘삼성 명장’,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 우수 자격 보유자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또한 기술과 연구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동료와 후배들에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보다.

SK하이닉스는 ‘정년 넘어서도 일할 수 있는 회사’를 표방하며 시니어 기술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박정호 부회장이 지난해 “훌륭한 기술 인재에게 정년이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우수한 기술 전문가가 정년(60세)이 지나도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전문가 제도’(HE)를 운영하고 있다. 구성원과 리더 추천을 받아 기술 전문가가 되면 정년 이후에도 성과를 내고 후배 엔지니어를 육성할 수 있는 HE가 되는 제도다. 또 지난 2017년부터 퇴직 임원이 사내 대학 ‘SKHU’에서 후배를 양성하는 ‘전문 교수제’를 통해 제2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했다.

기술력이 중요한 디스플레이 업계는 일찌감치 정년 연장 제도를 도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1년부터 우수 연구개발(R&D) 인력과 공정·장비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정년 후 연장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성과가 우수한 연구원, 기술자 등이 정년 이후에도 계약직 형태로 최소 3년간 고용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히 처우와 혜택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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