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진출 훈풍···현대차그룹주 힘찬 출발
4분기 역대급 실적 전망까지
현대차 4%·기아 3.7% 올라
위아·모비스 등도 상승기류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현대차(005380)그룹주가 새해 첫 거래일에 질주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인한 피해를 일부분 줄이게 됐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차가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와 현지 자동차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호재로 작용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6000원(3.97%) 오른 15만 7000원에 장을 마쳤다. 기아도 전 거래일보다 2200원(3.71%) 오른 6만 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투자가들과 기관투자가들이 현대차와 기아를 사들였다. 외국인들은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397억 원, 227억 원 순매수했다. 기관들은 현대차를 131억 원, 기아를 207억 원 사모았다. 현대위아(011210)(1.92%), 현대모비스(012330)(1.00%) 등 현대차그룹주도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IRA로 인한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이게 됐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에 불쏘시개가 됐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산 전기차도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할 경우 보조금 혜택을 누리게 됐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상업용 전기차를 ‘납세자가 재판매가 아닌 직접 사용 또는 리스를 위해 구매한 차량’으로 정의했다. 국내 전기차도 상업 용도로 판매시 미국에서 7500달러(약 954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경쟁력 있는 리스료 책정을 통해 기존 3∼5% 수준의 상업용 판매 비중을 3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남주신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 IRA에서 리스·법인·렌터카 등 상업용 차량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는 세부 규정이 책정되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주문자위탁생산(OEM)들 역시 배터리 광물 조건을 전부 충족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대다수 미국 OEM사들도 절반 보조금인 3750달러 혜택만 볼 수 있다. IRA가 현대차그룹에 큰 타격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와 현지 자동차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차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현지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반조립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호재로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현대차와 기아의 4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3조 2050억 원, 2조 5190억 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11.1%, 10.3%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대차는 연간 기준 지난해 사상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가 상승은 현대차의 원자재 비용 압박 완화와 강달러 효과에 따른 4분기 실적 호조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 시대’에 수요가 둔화되고 경쟁 심화가 예측된다는 점은 여전하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26만 원에서 23만 원으로, 기아의 목표주가를 11만 5000원에서 1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정부와 현대차·기아가 요청한 세액공제 3년 유예 등의 변화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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