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결속 나선 이재명, 문 전 대통령 예방…'만시지탄' 비판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조금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새해 인사 차원에서 만났지만, 당 내외에서는 검찰 수사로 위기를 맞은 이 대표가 친문 인사들을 화합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죠. 관련 내용을 '줌 인'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네,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 정회원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 여기저기서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저희 운영진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복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제발 좀 더 나눠드리고 싶은데요. 이렇게 복이 넘쳐나는 새해이건만 여의도에는 다소 착잡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이도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인데요. 새해에는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검찰의 수사 강도가 한층 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이 대표를 둘러싼 수사는 크게 3가지인데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그룹 뇌물 의혹입니다. 3가지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속도를 올리며 이 대표를 전방위에서 압박하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새해 복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장 먼저 이 대표에게 포문을 연 곳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중인 수원지검입니다. 이 대표의 출석을 요구했는데요. 1월 중순쯤에는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실제 조사까지 받게 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최종 목표도 결국은 이 대표입니다. 검찰은 지난해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뇌물 등 혐의로 연달아 구속기소했는데요. 이들이 대장동 일당에게 받았다고 지목된 돈이 이 대표에게 흘러갔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쌍방울의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는데요. 검찰은 쌍방울의 전환사채 거래 과정에서 자금세탁이 이뤄진 정황을 확인하고 있죠. 특히 수사가 진척되면서 대장동과 쌍방울 간 연결고리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JTBC '뉴스룸' (지난달 14일) : 어제(지난달 13일) 검찰은 헬멧남으로 알려진 쌍방울 전 부회장, 최우향 씨를 체포했죠. 김만배 씨가 최우향 씨를 통해 대장동 수익을 숨긴 것 아니냐라고 보고 있습니다. JTBC 취재 결과, 최씨가 천화동인 1호로부터 수십억원이 넘는 돈을 빌리고 다시 하루 만에 갚기를 반복했습니다.]
3가지 수사에 맞서 이 대표 역시 3가지 방어 전략을 세워둔 듯합니다. 첫번째 방패막은 '야당 탄압'인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9일) : 일부 검찰의 행태가 매우 불공정하고 편향되고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 이 범죄적 행위까지 행하고 있습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고…]
이 대표,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권력의 시녀가 된 검찰이 윤석열 정부를 위해 야당에 적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시각인데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정치 검찰의 억울한 희생양이 됐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 대표는 어제 신년사에서부터 정부와 검찰을 겨냥했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안타깝게도 타협과 또는 조정을 통한 희망을 만드는 일들이 많이 사라지고 폭력적인 일방적 지배가 난무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희망의 길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개인의 문제일 뿐 당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의문을 드러냈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에 대한 판단들이 서로 다를 수가 있다, 이런 말씀을 좀 드립니다.]
이 대표뿐 아니라 노웅래 의원 등 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선 자신의 수사 문제 역시 '야당 탄압'으로 보고 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을 드러낸 셈인데요. 야당 탄압 프레임에서 확장된 방패막이 바로 '선택적 수사'입니다. 검찰이 윤 대통령의 정적인 자신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반발인데요. 이 대표는 검찰이 대통령 주변인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9일) : 야당과 전 정부를 향해서는 없는 사실도 조작해 가면서 보복 칼날을 곧추세웁니다. 그런데 대통령 가족이나 또 그들 자신에 대해서는 있는 범죄 혐의도 덮는 데 급급하고 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9일) : {대표님, 1월 첫째 주에 출석하시는 거 맞으신 건가요?} 우리 대통령 가족들에 대한 수사는 언제 하는지도 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반면 비명계에서 이 대표의 이런 행보에 반감도 차츰 커지고 있는 분위기죠. 이 대표에 대한 탈당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까지 거론됐는데요.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난달 28일) : 아직까지는 검찰의 정확한 물증과 증거는 들이대지 못하고 있으니 임계점까지는 가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러니까 그런 임계점이 만약에 넘어선다고 한다면, 검찰은 아무런 증거도 들이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사법부에서 계속해서 이것이 논쟁이 된다면 그런(탈당) 요구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죠.]
그래서일까요? 이 대표가 올해 들어 새로운 방패막을 선보였습니다. '당내 통합'입니다. 이 대표, 오늘 경남 양산의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요.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이재명 당대표를 중심으로 해서 우리 민주당이 민생경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또 지금 우리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 요즘 이제 전국 현안에 대한 우려의 말씀도 좀 있으셨습니다.]
어제(1일)는 새해 첫날 행보로 김해 봉하마을 방문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는데요.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어제) : 특기할 만한 건 (권양숙 여사가) 나오실 때 책을 좀 권하셨는데요. '바보, 산을 넘기다' 이런 내용인데 주내용이 통합에 관련된 이런 부분이어서 상당히 정치인들께서 한번 읽어볼 만하다, 대표님께서도 책에 대해서는 잘 보시겠다고 이렇게 말씀하셨고요.]
여기서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도 만났죠. 두 사람은 5분여 간 새해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하는데요. 이 대표가 검찰 출석을 앞두고 친노와 친문까지 끌어안는 당내 통합 행보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친노·친문 상당수가 비명계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는데요.
이에 맞서 여당은 이재명 방탄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통합 행보는 속이 뻔히 보이는 셀프 구명 운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깎아내렸는데요.
[김종혁/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셀프구명운동을 하시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구체적으로 뭐 소환 통보를 하고 그다음에 대장동 수사가 좀 더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상당히 그분들과 거리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제 껴안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건 그 친문계의 지지를 받아야 어떻게 보면 방탄국회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겠느냐.]
사실 민주당 친문계도 이 대표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합니다. 친문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만시지탄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최재성/전 청와대 정무수석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이재명 대표가 사법적으로 공격당하고 막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손 내미는 형태라기보다는 당에서도 친명계 말고 다른 의원들을 보직에 등용하고 이런 것들이 주류의 정점에 있는 책임선에 있는 대표나 대통령이 해야 될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통합은 좋지만 오해를 사기 좋은 시점이라는 지적인데요.
이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결국 방탄의 일환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검찰이 '소환 안 받으려고 도망다니는 것'이란 프레임을 쳐놨고 민주당이 거기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는 평가인데요. 이 대표는 이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8일) : 여러분, 이재명을 지키자고 여러분 말씀하십니까. 왜 이재명을 지킵니까. 제가 여러분을 지켜야지요. 우리가 모두가 함께 우리를 지켜나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재명을 죽인다고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함이 가려지겠습니까, 여러분.]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반응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어제 신년인사회에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죠.
[문희상/전 국회의장 (어제) : 토끼는 영민한, 영리하고 민첩한 영민한 동물이고 늘 준비하고 특히 굴을 3개 판다고 해서 '교토삼굴'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한 해는 아무쪼록 우리도 영민한 토끼를 닮아서 플랜2, 플랜3 이렇게 해서 좀 대안을 많이 마련하는 그런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토끼의 해를 맞이해 내놓은 '교토삼굴'이란 덕담, '언중유골'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 너나 잘하세요~]
문 전 의장이 검찰 출석을 앞둔 이 대표에게 경고장을 날렸다는 겁니다. 이 대표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인데요. 이 대표는 이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하는군요.
자, 오늘은 이재명 대표에게 '줌 인'해봤는데요. 이 대표, 여러모로 새해 벽두부터 고민이 깊을 것 같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노래로 정리합니다.
[화면출처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가버린 작년에 있던 슬픈 일들은 잊어 버리고 왠지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새해 복만으로는 안돼 니가 잘 해야지 (안돼) 노력을 해야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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