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철 칼럼] 맙소사 ‘다주택 더 사라’ 정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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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이것까진 좀 아닌 것 같다.
지금 정부는 집값 폭락을 막기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어떤 부작용을 무릅쓰고라도 최대치로 가동해야 할, 절박한 정책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당시 새 정부는 파국적 실패를 부른 문재인 정부의 수요 억제 부동산정책의 전면 쇄신을 추진했지만, 그렇다고 부동산 부양책까지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자 새 정부 부동산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정상화하는 차원을 넘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불 가리지 않는 다급한 부양책으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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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억제해 가수요 잡겠다던 정부
집값 급락 조짐에 다주택 장려로 돌변
무원칙 조변석개 정책 되풀이 위험 커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이것까진 좀 아닌 것 같다. 지금 정부는 집값 폭락을 막기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어떤 부작용을 무릅쓰고라도 최대치로 가동해야 할, 절박한 정책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불과 8개월 전과 비교해도 그야말로 놀라운 돌변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새 정부는 파국적 실패를 부른 문재인 정부의 수요 억제 부동산정책의 전면 쇄신을 추진했지만, 그렇다고 부동산 부양책까지는 생각지도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만 해도 당시엔 “집값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확인했을 정도다.
하지만 무리한 시장개입 대신 공급을 늘려 집값의 점진적 하향 안정세를 유도하려던 정책기조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뒤엉키게 됐다. 국내외 금리가 눈 깜짝할 사이 까마득히 치솟자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순식간에 빙하기를 맞게 됐다. 그러자 새 정부 부동산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정상화하는 차원을 넘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불 가리지 않는 다급한 부양책으로 전환됐다.
문제는 초조한 부양책이 그동안 어렵사리 형성된 다주택 투자, 또는 다주택 투기를 억제해 가수요에 의한 집값 앙등 요인을 제거한다는 정책적 공의(公義)까지 또다시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초기에 발표된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 연장이나 종부세 감면 조치만 해도 매물 공급책으로서, 또 억울하게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된 선의의 피해 구제책으로서 이유가 충분했다.
하지만 더 나아간 ‘정상화 과정’에서 또 다른 무리수로 볼 만한 일이 빚어졌다. 고가 1주택 종부세 감면은 그렇다 쳐도,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한 다주택 중과세 폐지나, 3주택 이상에도 중과세 적용 기준을 합산 12억 원 초과로 줄인 건 향후 ‘똘똘한 2채’ ‘돈 될 만한 3채’ 주택 가수요를 다시 일으킬 위험한 선택이라는 우려를 샀다.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다주택 취득세 중과 완화법안을 오는 2월 국회에 제출하고, 규제지역에서도 30%까지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실질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다주택 투기를 부추기기 십상인 ‘임대사업자제도’도 민간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라는 구태의연한 명분을 내세워 사업대상을 아파트까지 넓혀 부활시킬 방침이다.
역대 정부는 주거복지정책으로서 일관성보다는 경기활성화책으로 부동산정책을 편의적으로 활용해왔다.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이 그랬고, 문재인 정부 초기의 뜬금없는 ‘주택임대사업 활성화’ 조치가 그랬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 부동산 부양책은 더욱 절실할지도 모른다. 단순한 경기대책을 넘어 시장붕괴로 초래될 전반적 부채위기까지 감안한 위기관리책 성격도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주택 더 사라’까지 가는 건 아무래도 지나쳐 보인다.
지금은 뚜렷한 집값 하락 조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말기 주택가격이 분명한 거품이라는 진단이 확고했던 만큼, 일정 수준의 가격하락을 감내하겠다는 정책 신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거래활성화가 절실하다면 다주택자에게 기대기 전에 실수요 주택 매입 지원방안을 더 창의적으로 강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차피 ‘다주택 더 사라’고 해도 주택투자자들이 당장 시장에 뛰어드는 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나중엔 또다시 부동산 과열을 부를 ‘독’이 될 가능성도 크다. 1980년대 플라자합의로 1차 버블붕괴 우려가 닥치자 겁먹은 일본 정부는 되레 주택대출을 확대하는 부양책을 고집하다가 끝내 처참한 시장붕괴를 겪었다. 부동산 연착륙이 절실한 건 맞지만, 그래도 다주택 규제의 최소 공의는 유지하면서 거품 해소를 감내하는 진중한 정책기조가 아쉽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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