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꿀 신기술 쏟아져도 정부지원 없인 신기루일 뿐

장용승 기자(sc20max@mk.co.kr) 2023. 1. 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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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승 디지털테크부장 현장 메시지
3년만에 활력 되찾은 CES 전세계 참가 기업만 3100곳
CES 개막을 앞두고 1일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가 조명을 밝히고 있다. 【CES특별취재팀】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열리지 못했던 CES가 3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새해 첫날인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트레저아일랜드 호텔 로비에는 체크인하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CES가 개최되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는 휴일인데도 저녁까지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지난해 대면 행사에 불참했던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대표 빅테크가 올해 전시관을 운영하기로 하는 등 전시관 체험행사도 다양해졌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밝힌 올해 참가업체는 3100여 곳에 달한다. 지난해 2200여 개에 비해 40% 증가한 수준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2022년에는 일정이 단축된 채 온·오프라인 혼합 형태로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CES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Be in it(빠져들어라)'이라는 올해 CES 주제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제한적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었던 신기술을 올해만큼은 '마음껏 즐겨보라'는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CES에서 다뤄지는 주제는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 웹3.0, 메타버스 등 24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신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려면 법제화가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한국 현실을 바라보면 신기술에 관한 제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통신기술을 접목한 모빌리티 혁신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이뤄져 왔지만 정작 한국 국회는 2020년 택시업계 여론을 의식해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IT와 헬스케어가 결합된 디지털 헬스 분야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현재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19에 따른 특수성 때문에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을 뿐 코로나19가 '심각' 단계에서 풀리면 이 서비스를 종료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 디지털 헬스 관련 회사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원격진료와 개인 맞춤형 의료 등을 의미하는 디지털 헬스는 CES에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아온 신기술이다. 미국 헬스케어 업체 애벗의 로버트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기조연설을 했는데, 디지털 헬스 관련 연사가 기조연설자로 나선 것은 역대 처음이었다. 코로나19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CES에서도 디지털 헬스와 관련한 여러 신기술이 공개된다. 이처럼 전 세계가 미래를 바꿀 새로운 기술로 디지털 헬스를 주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원격의료 제도화 논의는 더딘 상황이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각국에서는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신기술 중요성 논의에만 치중한다면 한낱 신기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액션'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주변국 대만만 하더라도 '엔지니어 천국' 생태계를 구축했다. 구글이 한국보다 대만에서 10배나 많은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있을 정도다.

 CTA는 이번 CES에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재키 로즌 민주당 상원의원(네바다주) 등 주요 관료·정치인이 참석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과 의회의 신기술 정책 우선순위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게리 셔피로 CTA 회장은 "정부와 업계가 미국 내 혁신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혁신이 중요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CES에는 여야 국회의원 여러 명이 참여한다. 한국 경제가 '신기술 날개'를 달고 비상(飛上)할 수 있도록 이들의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해본다.

장용승 디지털테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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