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대신 소년단과 사진 찍고 김주애 손잡은 北 김정은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정치부 김학일 선임기자
(앵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도 신년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새해 첫날 전국에서 모인 소년단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딸 김주애와 손잡고 미사일 무기고를 시찰하는 장면도 공개해 '핵이 북한 미래의 안전을 담보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연말 전원회의에서도 전술핵무기의 다량생산, 핵탄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대 등을 중심으로 하는 국방 전략을 제시함에 따라, 올해 남북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김학일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올해도 하지 않았죠?
(기자)
예, 신년사는 지난달 26일부터 6일 동안 진행된 연말 전원회의 보도로 대체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집권 뒤 신년사를 자주 발표했는데,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는 발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년사를 하려면 아무래도 긍정적인 미래 비전을 주민들에게 제시해야하는데, 4년 연속 신년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북한의 상황이 아주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표된 전원회의 보도문을 봐도 주민 생활이나 경제와 관련해 큰 성과가 없었고 주택건설을 제외하고 앞으로 하겠다는 내용도 뚜렷한 게 없었습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첫날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궁전을 참배한 뒤 5천명이 넘는 소년단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일이었습니다.
세이코 손목시계를 이들에게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만 일곱 살 이상의 소년 소녀들인데, 소년단 대회 참석을 위해 지난 달 21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하니까 열흘 넘게 머물다 김 위원장과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북한 TV는 이날 연말 전원회의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손잡고 중거리 미사일 화성 12형 무기고를 시찰하는 장면을 배경 화면으로 썼습니다.
소년단과 김주애, 바로 북한의 미래 세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핵이 바로 북한 미래 세대의 안전을 담보한다, 그러니 어려워도 참고 핵 무력 고도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강조하려는 차원으로 보입니다.
(앵커)
북한은 지난해 마지막 날에도 아주 이례적인 행사를 했군요. 초대형방사포 증정식,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전원회의 종료 뒤 평양 당 중앙 본부 청사 정원에서 열린 행사인데요.
군수공장에서 만든 구경 600mm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노동당에 증정하는 행사였습니다.
북한은 이날 아침에 성능 확인을 위한 검수사격이라는 명목으로 이 방사포 3발을 동해로 발사했습니다.
그리고 증정식 다음 날 그러니까 새해 첫날 새벽 서부지구 포병부대에 인도한 방사포 한발을 동해로 다시 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증정식 연설에서 이 무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 핵 탑재까지 가능하다, 앞으로 적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전투적 사명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방사포 사거리가 400킬로미터이니까 바로 우리를 겨냥한 무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방사포 증정식는 결국 이런 대남 메시지를 강조하는 정치군사적 이벤트였던 셈입니다.
(앵커)
6일 동안이나 열린 연말 전원회의의 핵심 메시지도 사실 같은 내용 아닙니까?
(기자)
과거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주요 비난 대상은 미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미국 이상으로 남한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였습니다.
김정은은 현 상황에 대해 남한이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술 핵무기의 다량생산, 핵탄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고체연료 기반의 새로운 ICBM 개발, 군사위성의 최대 시간 내 발사도 올해 군사 과업으로 제시했습니다.
김정은은 회의 보고에서 전술 핵을 중심으로 하는 핵 국방발전전략을 천명했다고 했는데, 대남 대적투쟁전략을 명시한 셈입니다.
전술핵은 사거리 상 미국 본토가 아니라 한반도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핵탄보유의 기하급수적 증대, 전술핵의 다량 생산, 얼마나 현실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기자)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기술은 이미 탄두 지름을 600밀리미터까지 줄일 정도로 기술이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말 한대로 초대형 방사포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실전 배치까지는 핵실험 등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북한은 현재 15개에서 6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추정되고 있는데요.
여기서 더 나아가 탄두 보유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고는 하지만, 핵물질 생산이 제한되기 때문에 과장이 섞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런 한계에도 김 위원장이 대남대적투쟁전략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이런 군사 목표는 지속적으로 추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은 특히 국제관계가 신냉전 체계로 명확히 전환되고 있다고 했는데, 한미일 북중러의 대립 구도를 적극 활용해 핵 능력 고도화에 나설 공산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남측을 향해 초강경 발언을 하는 데는 정부의 강경 대응에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남한을 적이라고 규정하는 김정은의 논리에 잘 나타나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현재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공공연하게 전쟁준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핵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김 위원장은 더 나아가 올해를 전쟁 동원 준비와 실전 능력 제고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해로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기조는 아무래도 지난 해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대응을 한 것에 대해 북한이 재 대응을 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남북에서는 사실 너무나 쉽게 전쟁이라는 발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새해 첫날 "군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절제되지 않은 발언이 북한의 도발에 악용될 수 도 있습니다.
포탄이 남북의 영해에 떨어지고 무인기가 서로의 영공을 오고가다 남북 간에 국지전 등 역대 급대치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단호하면서도 절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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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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