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0조 '富의 고인물' 경제 녹슨다

김정환 기자(flame@mk.co.kr) 2023. 1. 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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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동떨어진 증여·상속세 뜯어고치자
고령층 자산 11년새 3배, 증여·상속세율은 'OECD 2위'
세대간 富이전 가로막혀…세율 낮춰야 투자·소비 활력

한국이 계묘년 신년을 5대 선진국(G5)으로 발돋움하는 원년으로 삼기 위해서는 경제 환경에 걸맞지 않은 낡은 세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나 기업 경영은 촌각을 다투며 급변하고 있는데 상속세는 23년, 개별소비세는 46년, 증권거래세는 44년 동안 낡은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가 경쟁력과 경제 효율성을 갉아먹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이 득세하면서 특정 분야에 혜택을 주는 특례세법은 너무 자주 바뀌고 누더기가 되는 문제점이 반복됐다.

현행 세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인 1948년 재무부가 세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1945년 미국 군정이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법령 효력을 존속시키며 한국 경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세제의 뼈대가 세워졌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세법으로는 상속·증여세가 첫손에 꼽힌다. 2일 매일경제가 통계청 순자산 데이터를 전수 분석한 결과 베이비부머 등 60세 이상 고령층 순자산은 지난해 사상 처음 3500조원(3658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순자산은 2011년만 해도 1172조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11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경제 규모(명목 국내총생산·2179조원)보다 1.7배 많은 자산이 고령층에 묶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속·증여세율은 2000년 이후 23년째 변동이 없다.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 변호사는 "고령층 자산이 소비와 소득 재창출 능력이 왕성한 젊은층으로 원활히 이동해야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며 "상속·증여세 개편은 우리 사회의 부(富)를 키운다는 프레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두 번째로 높다. 미국(40%) 프랑스(45%) 등 G5는 물론 OECD 평균(15%)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세제 장벽은 기업 경영권마저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업력이 50년 넘는 장수 기업 중 경영자가 60세 이상인 비율은 49%에 달했다. 원활한 가업 상속을 돕는 가업상속공제 활성화가 시급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정부는 세법을 고쳐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견기업 기준을 매출액 4000억원에서 1조원 미만까지 확대하려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 등을 주장하며 반대해 5000억원 미만으로찔끔 늘리는 데 그쳤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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