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 검사소 동선분리도 안돼···허술한 관리에 실효성 논란

영종도=김남명 기자 2023. 1. 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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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PCR 검사가 의무화된 2일 오전 11시 49분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도착 게이트.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입국 즉시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90일 미만 단기 체류 외국인의 가장 큰 불만은 긴 대기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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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發 입국자 PCR 검사 첫날
오후 5시까지 106명 중 13명 확진
싱가포르 입국자 검사대상 분류 등
공항 관리현장 곳곳서 혼선 빚어
내국인·장기체류자 공항검사 제외
6시간 대기 단기체류자 불만 폭주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공항 관계자들이 중국발 입국자를 분류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날부터 중국에서 항공편이나 배편으로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한다. 영종도=권욱 기자
[서울경제]

“오전 10시 30분 공항에 도착해 오후 4시에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요. 한국에 도착 후 지금까지 쿠키와 물만 먹어 배가 많이 고픕니다.” (중국인 추웨위에(37) 씨)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PCR 검사가 의무화된 2일 오전 11시 49분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도착 게이트. 빨간색 목걸이를 착용한 탑승객 12명이 캐리어를 끌고 나타났다. 어린이 두 명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발 단기 체류 입국자’라는 표식이었다. 이들은 얼굴에 페이스 실드를 낀 직원과 방호복을 입은 국군 검역지원단의 안내에 따라 PCR 검사소로 이동했다.

입국장에서 코로나19 검사 센터로 향하는 동선은 따로 분리돼 있지 않아 검사 대상자와 아닌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검역지원단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한국어로 “앞사람을 따라가라”거나 “잠시 멈추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10~15명씩 무리 지은 입국자들이 검사 센터로 향하는 모습이 속속 목격됐다.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온 우슈에나 씨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이 자꾸 ‘저기로 가라’고만 하고 왜 가야 하는지 설명을 안 해줬다”며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도 몰라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인천공항의 중국발 비행기 입국자 관리 현장 곳곳에서는 혼선도 빚어졌다. 방역 관계자들이 나눠주는 빨간 목걸이를 잘못 걸었다가 한참을 대기했던 입국자가 거세게 항의하는 일도 발생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 온 입국자가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혼란이 있었다”며 “입국 절차를 밟았으니 해당 사항이 없는 것 같아 돌려보냈다. PCR 검사 의무화 첫날 들어온 비행기라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입국 즉시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90일 미만 단기 체류 외국인의 가장 큰 불만은 긴 대기시간이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 A 씨는 “친구를 마중하러 공항에 온 지 벌서 5시간이 지났다”며 “친구가 입국 절차를 밟느라 이미 5시간이나 기다렸는데 PCR 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 5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국인 공 모 씨를 마중 나온 강창선(70) 씨도 “새벽에 출발하느라 아침도 못 먹었을 텐데 6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며 “밥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군 검역지원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에서 출발한 비행기에서 내린 뒤 입국 심사하고, 단기 체류자를 구분해 따로 목걸이를 나눠주고, 한 비행기에 탄 승객이라 하더라도 여러 팀으로 나눠 검사소로 가도록 하는 모든 과정들이 평소보다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기존에는 안 하던 일을 하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검사 결과는 입국자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지됐다. 음성 판정을 받은 입국자에게는 직원들이 결과지를 출력해 나눠줬다. 양성 판정을 받은 입국자는 검사 센터 옆 정차된 버스에 탑승한 후 격리 장소로 이동했다.

일부에서는 한국인과 장기 체류 외국인은 왜 공항에서 검사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중국발 입국자를 마중 나온 김 모 씨는 “보여주기식 방역 정책에 불과한 것 같다”며 “홍콩·마카오발 입국자는 물론 중국발 입국자라 하더라도 장기 체류 외국인과 내국인은 사실상 ‘프리 패스’인데 무슨 실효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예전에 실패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내국인과 장기 체류 외국인은 입국 1일 이내 거주지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 격리가 권고된다. 하지만 공항에서 거주지까지 이동할 때 방역 택시 등을 이용해야 할 의무가 없어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검사 대상자 208명 중 106명에 대한 검사를 마쳤으며 확진자는 13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하루 전체 중국발 인천공항 입국자는 예약자 기준 1092명이다.

영종도=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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