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보증금 떼일 바에야 주단위 계약하는게 더 낫다"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1. 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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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에 떠오른 주세 계약

대출을 합쳐 2억5000만원짜리 오피스텔에서 전세로 살다가 이사를 준비 중인 직장인 최 모씨는 전세사기에 대한 걱정과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주세 임대를 고민하고 있다. 최씨는 "전세사기 사건을 보면서 불안감이 커져 월세방을 알아봤지만 살 만한 집들은 보증금이나 월세 가격이 비쌌다"며 "안 그래도 대출 이자 때문에 보증금이 더 적은 집을 찾고 있었는데, 비슷한 돈을 내거나 조금 더 주더라도 돈을 잃을 위험이라도 없는 무보증금 주세 주택이 낫지 않을까 싶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액의 보증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세 임대'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주 단위로 측정된 금액을 원하는 기간만큼 계약한 뒤 주세를 매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인데, 편의상 달 단위로 묶어서 돈을 지급하기도 한다. 기존 단기 임대 제도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계약 기간이 더 줄고 보증금이 한 달 월세 수준으로 적거나 아예 사라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세 임대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많이 도입된 제도다. 다만 월에 내는 총 비용을 따져 보면 월세보다 주세가 더 높아 주거비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보증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사회초년생이나 최근 급증한 대출 이자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수요가 있다"며 "위치나 시설이 괜찮은 집들의 월세 가격도 함께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 고액의 보증금에 대한 부담감이라도 덜 수 있는 무보증 주세 주택을 찾는 사람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 사이트·애플리케이션(앱)과 중개 카페에는 서울 도심권을 중심으로 곳곳에 주세 임대 매물이 나와 있었다. 원룸·오피스텔·빌라 매물이 대부분이지만, 고시원이나 게스트하우스를 개조해 임대를 주는 매물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한 주택의 경우 보증금 없이 1주에 35만원을 내면 거주할 수 있다. 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주세 임대 방은 주에 45만원을 내면 3억~4억원에 달하는 보증금 없이 풀옵션의 역세권 오피스텔 입주가 가능하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손해는 없다. 공실률을 줄일 수 있어 이득이면서도 이자나 보유세의 경우 그 비용만큼 월세를 더 높게 받으면 손실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명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임대인은 공실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주세 같은 방식을 택할 수 있다"며 "다만 임차인이 주 단위로 계약했다고 하더라도 최대 2년까지 임차인을 보호하는 임대차보호법으로 인해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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