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버스 10분만 당겨주세요" 새벽 4시 민원 해결한 韓총리
새벽 청소·경비 근로자들 애용
"첫차 늦어 출근시간까지 빠듯"
韓, 오시장과 협의해 민원 해결
2일 새벽 4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버스 차고지. 대부분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언 손을 녹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4시 5분이 되자 146번 버스 3대가 한꺼번에 정류장에 정차했다. 146번은 상계동~강남역 구간을 운행하는 시내버스로 서울시내 373개 버스 노선 중 유일하게 첫차가 3대인 노선이다. 강북 주택가에서 강남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청소·경비 근로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다. 새벽 승객이 유독 많아 서울시에서 첫차를 3대로 증차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차를 타기 때문에 승객들 모두 서로 잘 알지만 이날은 낯선 손님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한덕수 국무총리(사진)였다. 한 총리는 승객들에게 "서울의 아침을 여시는 분들이라 꼭 한 번 뵙고 싶었다"고 인사했다. 인사와 함께 핫팩 2개씩을 승객들에게 선물했다. 계묘년을 맞아 토끼 모양으로 포장한 핫팩이었다.
대부분이 청소·경비 근로자인 승객들은 한 총리에게 작은 소망 하나를 전달했다. 이들은 "사무직 직원들이 나오기 전에 빌딩 청소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근무하는 빌딩까지 뛰어가야 한다"며 "버스 첫 차 시간을 10~15분만 당겨주시면 한결 낫겠다"고 했다. 우연히 한 총리 옆자리에 앉게 된 배순애 씨(67)는 "146번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서울시에서 (우리가) 편안하게 앉아서 갈 수 있도록 여러 대를 한꺼번에 보내준다"면서 "10분만 일찍 보내주면 좋겠다. 그게 우리들 부탁"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안 그래도 그런 요구가 많다는 말씀을 듣고 지난 연말부터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며 "실무자에게 보고를 듣자마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통화했고 오 시장이 흔쾌히 도와주셔서 잘 해결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오 시장은 한 총리의 뜻에 공감해 146번 버스 첫 차 시간을 현행 오전 4시 5분에서 3시 50분으로 15분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한 총리는 차내 혼잡을 우려해 오전 4시 30분쯤 하차했다. 배씨는 "총리를 보지 못한 승객들에게 첫 차가 앞당겨질 것 같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자 모두 좋아했다"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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