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공유주방'… 엔데믹에 사라졌다
배달 줄고 경쟁 격화에 위기
위쿡은 철수, 키친빌더는 매각
위생 논란 개러지키친 파산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던 배달형 공유주방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배달시장이 커지면서 기회로 인식됐던 공유주방 사업이 외식업 경쟁 과열, 배달 주문 감소 등으로 위축된 것이다. 여기에 일부 매장의 위생 불량으로 인한 소비자 신뢰 상실까지 맞물리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2일 회생법원과 공유주방 업계에 따르면, 공유주방 업체 개러지키친은 지난해 12월 16일 회생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2019년 5월 설립된 개러지키친은 한때 개별주방 550여 곳을 열 계획을 밝힐 정도로 빠르게 사세를 불렸다. 하지만 공유주방에 입점한 식당 점주 등 채권자 90여 명에게 보증금 등을 돌려주지 못한 채 지난달 파산했다.
다른 공유주방 업체들도 사업 모델을 재검토하거나 철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위쿡은 배달형 공유주방 사업 '위쿡 딜리버리'를 접기로 방침을 정하고 매각을 위해 업장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키친빌더는 공유주방 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 부진을 겪던 고스트키친은 지난해 7월 키친밸리에 인수됐다. 공유주방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공유주방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는데, 배달형 공유주방 매장을 하는 곳 대부분이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배달형 공유주방이란 넓은 매장을 임차하거나 매입해 9.9~26.4㎡(약 3~8평) 남짓한 작은 주방으로 나눈 뒤 각각의 공간에 배달 전문 식당을 입점시키는 형태의 사업이다. 임대료와 입점 식당 매출에 따른 일부 수수료를 수익 모델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냉장고, 싱크대 등 주방 설비가 갖춰져 있고 권리금을 치를 필요가 없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 덕분에 배달형 공유주방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인 배달 수요 증가와 함께 유망 사업 모델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배달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소비자 배달 수요가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공유주방 입점 식당이 늘어나는 추세다. 거의 모든 외식 메뉴가 배달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공유주방에 낸 새로운 매장이 별다른 경쟁력을 갖지 못해 폐업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공유주방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 자체가 폐업률이 매우 높은 사업"이라며 "배달하는 모든 식당과 경쟁을 하다 보니 공유주방 브랜드도 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위생 불량으로 소비자 신뢰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님이 직접 매장에 방문하지 않기 때문에 식당 운영 전반의 위생 관리에 허술하다는 얘기다. 배달형 공유주방에서 포장 주문을 한 경험이 있다는 한 소비자는 "배달 전문 식당이 위생 관리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 후 로드맵으로 가게 간판과 매장 형태를 확인하고 공유주방이 아닌 곳에서 배달 음식을 시킨다"고 말했다.
공유주방 모델이 시작된 초기만 해도 외식업에 잔뼈가 굵은 이들이 입점 식당 성장을 위해 컨설팅, 배달 노하우 등을 전해주며 인큐베이팅을 돕는 곳이 많았지만 이후 임대 수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자들이 뛰어들면서 조기 폐업하는 가게가 늘었다는 평가도 있다.
우량한 장기 임차인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수익 모델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입점 식당이 사업 규모를 불리면 공유주방에 머물 이유가 사라지고, 수익을 내지 못한 식당은 임차료를 체납하는 일이 많아 업체로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진영화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애 낳고도 혼인신고 안한다고? 독해진 신혼부부, 대체 왜 그럴까 - 매일경제
- “김정은, 저녁마다 女와 고려호텔”…父 김정일도 ‘여성편력’ 못 막았다 - 매일경제
- 한국인 42만명 찾아 최다 관광객 2위 차지한 나라 - 매일경제
- “우린 안되나요?” 규제 왕창 풀려도 이사 못가는 사람들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통신비 우리나라만 비싼거야?”…다른 나라 살펴봤더니 - 매일경제
- “한국 아줌마 대단” “남편 바람 관리해” 발언…징계 사유 된다 - 매일경제
- [속보] 격리 거부하고 도주한 확진 중국인 서울서 검거 - 매일경제
- “놀러 오시면 매일 현금 드려요”...관광객 유치 팔걷은 이곳 - 매일경제
- LG엔솔 2위 내주고, 한국 점유율 떨어지고 … K배터리 '흔들' - 매일경제
- 김민재 7월 영입 경쟁, 맨유가 현재 단독 선두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