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중대선거구제' 급부상…선거법 개정 논의 불붙나(종합)
金의장 "3월까지 선거법 개정 마무리"…대통령·의장, 물밑교감 관측도
정개특위 심사 본격화…"현역의원들 기득권 달려 쉽지 않을 것" 회의적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한지훈 안채원 기자 =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도 여야에 오는 3월까지 선거법을 개정해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입법부 수장이 나란히 중대선거구제를 새해 화두로 띄운 만큼 해당 논의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법안 심사와 맞물려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방안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으나, 집권 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에서 2∼3인의 대표를 뽑는 방식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1개 지역구에서 1인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로, '승자독식제'라는 비판이 늘 따라붙었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선거제 개혁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선거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시기나 방향을 정할 수 없다"며 "장기적인 구상의 공을 국회에 던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 의장은 지난달 26일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을 의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하면서 각 당에 2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나아가 국회의원 전원위원회를 통한 논의도 제안했다고 한다.
총선 룰을 바꾸는 선거법 개정은 여야 간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아예 국회의원 전원(299명)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자는 특단의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언급이 김 의장의 법 개정 주문에 발맞춰 나왔다는 점에서 사전 물밑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의장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에 2월 초순까지 복수의 안(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그걸 가지고 2월 한달 내내 전원위에서 다루고,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00명의 서명만 받으면 그 안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그렇게 선거법 개정은 3월 말까지, 선거구 획정은 4월까지 마무리하면 된다"며 "이번에는 법정 시한도 지켜보려 한다. 대통령에게도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공은 선거법을 다루는 국회 정개특위로 넘어온 가운데, 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는 대체로 중대선거구제에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특위 내 정치관계법 심사소위는 최근 관련 법안들을 일독한 상태로, 오는 10일께부터는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소위원장인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은 이미 대선 경선 때부터 중대선거구제 필요성을 강조했고, 당 지도부도 같은 생각으로 안다"며 "선거구제 개편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도 선거제 개편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구시 신년 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가동 중인 정개특위를 통해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의원총회 등을 통해서 당에서도 선거제도에 관한 의견들을 빠른 시간 안에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당권주자들도 힘을 보탰다.
안철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중대선거구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때 (윤 대통령과) 충분히 함께 공감한 내용들"이라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중대선거구제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도 법 개정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전재수 의원은 통화에서 "소선거구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망국적 제도라고 보고 있다"며 "의장 주문대로 2월 안으로는 여당안과 야당안을 만들어서 3월에는 두 안을 갖고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 의원은 의장이 제안한 전원위와 관련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토론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청년 정치인 모임인 '정치개혁 2050' 등 여야가 두루 참여한 여타 회의체들도 소선거구제 폐지에 군불을 때며 외곽 지원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법 개정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데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총선 때마다 여야의 '정치적 구호'에 그쳤다는 점에서 비관적 시각도 없지 않다.
일부 현역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선거구 획정·비례대표 의원 정수·연동형 비례제 폐지 등 여러 사안이 맞물린 만큼 여야가 끝내 합의에 이를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다.
실제로 여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언급을 '원론적 차원'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면적인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아니라 지역별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를 섞을 필요가 있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어느 때보다 법 개정에 우호적인 환경이긴 하지만 최대 관건은 현역 의원들의 속내"라며 "본인들 기득권이 달린 문제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orious@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글…익명사이트 관리자의 자작극이었다 | 연합뉴스
- 수능날 서울 고교서 4교시 종료벨 2분 일찍 울려…"담당자 실수"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
- "콜택시냐"…수험표까지 수송하는 경찰에 내부 와글와글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
- '앙투아네트 스캔들 연관설' 다이아 목걸이 67억원 낙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