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탈원전 국익자해세력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신규원전 건설계획 실종
탈원전세력 여전히 건재
지난달 정권교체를 실감케 하는 두 가지 원전 이벤트가 있었다. 2017년 4월 준공 예정이던 경북 울진 신한울 1호기가 이제야 뒤늦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5년7개월간 방치됐던 전남 영광 한빛 4호기도 마침내 재가동에 들어갔다. 정상적이라면 이들 두 원전 모두 5년 전부터 전기를 생산해야 했다. 하지만 전 정권의 탈원전 사보타주의 희생양이 됐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신한울 1호기 가동은 하염없이 더 늦춰지고, 한빛 4호기는 국가권력에 의해 억지 조기폐쇄된 월성 1호기와 같은 신세를 면치 못했을 공산이 크다. "원전은 시한폭탄"이라던 사람이 '탈원전'을 '감원전'으로 이름 세탁만 한 채 집권했다면 이런 탈원전 부조리가 계속됐을 것이다. 그나마 정권교체로 이런 망국적 막장 자해극을 피했으니 천우신조다. 새 정부 출범 후 발전단가가 태양광의 6분의 1 수준인 원전가동률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는 점도 천만다행이다. 탈원전 정권은 정비를 이유로 한꺼번에 10기 이상의 원전을 세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18년엔 원전가동률이 65% 선까지 뚝 떨어졌지만 최근엔 90%에 육박한다.
전 정권이 전방위적인 통계조작까지 서슴지 않은 채 감추려 했던 수많은 이념과잉 반상식 정책 중에서도 압권은 탈원전 헛발질이다. 원전에 정치와 이념을 집어넣어 에너지안보를 훼손했다. 연초부터 국민들은 역대급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탈원전 청구서를 받아들게 됐다. 기업경쟁력 추락도 불가피하다. 이 정도로 나라를 망가뜨렸으면 자숙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원전 안전을 시비 삼고, 방사능 공포를 퍼트리고 있으니 한심하다. 민주당 의원·시민단체·변호사로 구성된 '원전안전검증대책단' 출범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비전문가들이 원전 안전을 어떻게 검증하겠다는 건지 가소롭다. 대책단장인 양이원영 의원은 "국내 원전 중 3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이 7기"라며 마치 우리 원전이 낡아 위험하다는 식의 왜곡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억지를 부리더라도 제발 최소한의 공부는 했으면 한다. 미국은 원전 93기 중 88기의 가동기간을 60년 이상으로 연장했다. 이 중 6기는 80년으로 늘렸다.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전 정권이 알박기한 탈원전 세력은 우리 사회에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에너지정책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탈원전 세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론 문 정권 때보다 원전은 키우고, 신재생 비중은 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영 딴판이다. 문 정권은 박근혜 정부 때 일부 용지까지 사들인 천지·대진 신규원전 4기 건설계획을 막무가내로 백지화했다. 이 같은 탈원전 대못을 뽑으려면 문 정권이 폐기한 신규원전 계획을 10차 전기본에 포함시켜 되살려야 했다. 그런데 이게 통째로 빠졌다. 신재생 목표 자체도 비현실적이다. 2036년 원전설비목표는 31.7기가와트(GW)다. 현 수준보다 28% 늘지만 12년 전 5차 전기본(35.9GW)보다도 후퇴한 수치다. 반면 신재생은 29.2GW에서 108.3GW로 폭증한다. 전 정권이 태양광을 깔기 위해 여의도의 17배에 달하는 산지를 절단 내고, 수상 태양광까지 동원하는 등 그 난리법석을 치고도 신재생 규모가 이 정도다. 그런데 이보다 4배 이상 더 늘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런 터무니없는 10차 전기본이 떡하니 나왔다. 탈원전 정권하에서 원전을 배척하는 8·9차 전기본을 짠 사람들이 또 10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산업부·한수원 수장은 갈아치웠지만 그 밑에서 탈원전에 부화뇌동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거나 되레 영전했다고 한다. 월성1호 경제성 조작 재판도 산업부와 한수원의 비협조로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조작·은폐 연루자들이 모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니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권교체는 이뤘지만 탈원전 국익자해세력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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