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해 넘긴 우크라 전쟁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3. 1. 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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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 세계 군사력 2위 러시아가 쉽게 우크라이나를 제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준비되지 않은 러시아군과 죽을 각오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이 격돌하면서 전쟁은 해를 넘겼다. 기나긴 시간만큼 민간인 희생과 경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유가 어찌됐든 자기 뜻을 관철하기 위해 무력 사용을 결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어린아이도 대화(외교) 대신 주먹(전쟁)을 사용하면 혼이 나지 않는가.

하지만 현실은 도덕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전 세계가 합심해 푸틴 대통령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 중국과 인도, 중동 지역은 이번 전쟁을 기회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서방 진영의 전폭적 지원에도 전선은 고착화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든든한 돈줄인 미국마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에 대한 지지세가 약해졌다. 에너지 위기로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은 유럽 상황은 더욱 어둡다.

짠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도 현실을 고려할 때가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이전 상황으로 돌려놓을 것을 평화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국 군인들을 희생시켜 가면서 점령한 지역을 쉽사리 내놓을 리 만무하다.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회복하겠다는 구상은 전쟁을 영원히 끌고 가겠다는 심산으로만 보인다.

서방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같은 '게임 체인저'를 제공할 생각이 없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사활을 걸고 전쟁 지속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은 정의의 심판을 당장 구하고 싶을 것이다. 사람이 맞으면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하지만 여건이 받쳐 주지 않는다. 오랜 기간 미국에 안보를 의지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자국 무기고가 고갈됐다. 휴전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유럽 국가들이 무기를 보충하고, 우크라이나 스스로도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심판은 미래에도 할 수 있다.

[김덕식 글로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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