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신현승이 빠진 연기의 매력
배우 신현승에게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다. 스케줄 문제로 참여할 수 없을 뻔했지만, 다행히 정리되면서 순조롭게 출연하게 됐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한층 성장한 자신을 느끼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극본 박소영/연출 백승룡/이하 '연매살')는 메쏘드엔터를 배경으로 매니저들의 일, 사랑, 욕망을 그린다. 신현승이 연기한 고은결은 메쏘드엔터 마태오(이서진) 이사의 아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꿔 왔고, 다른 회사에 들어가 실력을 검증받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아버지가 일하는 메쏘드엔터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새로 들어온 매니저 소현주(주현영)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소현주가 아버지의 숨겨둔 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드라마 '아다마스'와 시기가 겹쳐서 '연매살'을 못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간단하게 얼굴이라도 보자고 하셨죠. 뵙고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감독님이 '이번 작품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하자'고 말씀하실 정도였죠. 저도 정말 아쉬웠어요. 그런데 드라마가 밀리고 스케줄이 조율되면서 운 좋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아마 감독님이 저한테서 은결이 같은 모습을 많이 보셨아 봐요."(웃음)
백 감독이 신현승에게서 발견한 고은결의 모습은 사랑스러움이었다. 고은결의 키워드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인물. 신현승도 거침없이 순수하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고은결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와 친해지는 과정에서 자신을 대입하기 위해 애썼다고.
"감독님이 고은결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갖고 계셨어요. 원래 그런 걸 잘 안 하시는데, 제가 분장하고 있을 때 오셔서 헤어스타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셨죠. 약간 편애 아닌, 편애를 해주셨어요. 예쁘게 나올 수 있는 각과 조명을 많이 찾아주셨거든요. 감독님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매살'은 매 회마다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에피소드 회차 배우들의 이야기, 주연 배우들의 서사 위주로 전개가 흘러간다. 고은결 자체의 서사를 보여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고은결은 아버지 마태오, 이복동생 소현주와의 관계나 갈등이 그려질 때 주로 등장한 것이다. 신현승은 이런 감정선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특히 호감이 있던 소현주가 사실은 여동생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점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다고. 겪어본 적 없는 갈등과 가정사 앞에 선 그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애를 먹었다.
"처음에 몰랐으니까 사랑에 빠진 것까지는 이해가 가더라고요. 출생의 비밀을 알았을 때 배신감을 크게 느끼려면, 앞선 호감이 강해야 된다고 판단했죠. 그런데, 진실을 알고도 소현주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안 들었어요. '어떻게 그런 갈등을 겪고 태연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 사이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 책임을 아버지에게 넘기니 쉽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소현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예요."
신인배우 고은결로서의 모습이 많이 그려지지 않은 점도 아쉬운 지점 중 하나였다. 그런 신현승의 아쉬움을 달래준 건 배우 이순재와 촬영하는 장면이었다. 극중 고은결이 신인 배우로 이순재와 호흡하는 장면이었는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순재 선생님은 멋지고 존경스러운 분이에요. 촬영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굉장히 길었는데, 열정적이시더라고요. 대본을 계속 보면서 체크하시고, 동선도 맞춰보셨어요. 까마득한 후배인 저한테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한 얘기까지 나눠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웃음)
배우로 한 발을 내디딘 신현승. 그가 배우에 도전하게 된 건 우연히 보게 된 연극 공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연기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그는 평범하게 학교 다니던 학생이었다. 그때 같은 반 친구의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고 극단에 들어가서 공연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힘들게 선생님이 됐는데 왜 그만뒀을까?'라는 호기심에 그는 그 연극을 보러 가게 됐다.
"공연을 보러 갔는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바로 잠들었어요. 검은색 소극장, 파란색 물결, 등대와 벤치는 잠들기 딱 좋은 환경이었죠. 그러다가 커튼 콜 때 박수 소리에 깼어요. 무대에 있던 배우들이 정말 행복하게 즐기더라고요. 그때 이상한 감정을 느꼈어요. '나는 분명 재미가 없었는데, 저 사람들은 뭐가 좋아서 즐거울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거기에 강렬하게 꽂혀서 바로 집에 돌아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입시를 시작하게 됐죠."
"전 꽂히면 바로 해야 되는 성격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부모님은 오히려 '예체능 집안도 아니고, 끼를 물려준 것도 아닌데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셨대요. 그래서 입시를 권하신 것 같아요. 해보고 판단하라는 뜻이었죠."
그렇게 입시를 시작한 신현승은 연기가 주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그냥 책을 읽는 것보다 희곡이나 대본을 보는 게 재밌었고,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연습실에서 만난 친구와 연기하는 게 즐거웠다. 배우가 된 지금, 해보고 싶은 장르도 많고 캐릭터도 많다.
"판타지를 해보고 싶어요. 배우의 장점은 다양하게 해볼 수 있는 거잖아요. 한편으로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늦은 나이에도 다른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경험할 수 없는 건 판타지죠. 제가 마법을 쓸 수 없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없잖아요. 그런 부분은 판타지물에서 느껴보고 싶어요."
"연기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이유는 언제나 확고해요. 연기할 때 정말 즐겁고 행복합니다. 물론 제가 연기를 하고, 그게 작품에 남고, 이를 통해 많은 영감을 주는 게 좋죠. 그런데 일 자체가 정말 즐거워서 나중에 시간이 흘렀을 때도 제가 좋아하는 행위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초심을 잃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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