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골퍼 급격한 이탈에 … 레슨 프로들 '투잡' 고민
레슨 중단하고 용품도 안사
연습 문의도 평소 10분의 1
지난 2년간 골프시장 호황
올해는 신제품 수요 먹구름
치솟는 금리에 대출 이자 부담 상승, 경기 침체 장기화로 사람들의 마음이 얼어붙었다. 당연히 가장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하곤 소비를 줄이는 분위기다. 골프계도 이를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일단 용품 구입과 레슨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골퍼가 많아졌다. 특히 골프 레슨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찬바람이 불더니 이제는 꽁꽁 얼어붙은 모양새다.
타격이 가장 큰 건 2030 골퍼를 집중적으로 지도했던 레슨 프로들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던 2030 골퍼들은 최근 골프장과 연습장 등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크게 줄었다.
레슨 프로들은 골프 붐이 일었던 2020년 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대부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한 달에 수천만 원을 버는 인기 레슨 프로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임차료가 높은 강남에도 프라이빗 레슨 스튜디오가 급격하게 늘어났을 정도로 한 번 레슨을 받을 때 금액을 신경 쓰기보다는 제대로 받으려는 통 큰 2030 골퍼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른바 '골린이'로 불리며 새롭게 골프를 배우는 젊은 골퍼들이 크게 줄고 기존 수강생까지 대거 이탈하면서 레슨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에 있는 한 실내 골프연습장의 경우 골프가 큰 인기를 끌었던 2021년 봄에는 한 달에 150명가량이 신규 회원으로 등록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신규 회원이 30명 미만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실내 골프 스튜디오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레슨 프로는 "하루에 평균 5건 이상 오던 수강 문의가 1주에 1~2건 정도로 크게 줄었다"며 "실외 연습장을 비롯해 날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골프 스튜디오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골프계 관계자들은 2021년, 지난해와 비교해 골프를 새롭게 시작하는 2030 골퍼가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골프에 관심을 갖는 20대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30대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 인기를 주도했던 2030 골퍼가 줄어들면서 레슨 시장이 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수강생이 급격하게 줄어든 레슨 프로들 중 몇몇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전문 캐디를 병행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레슨 프로 출신 한 전문 캐디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지도하며 벌 수 있는 수입이 줄어들면서 전문 캐디에 다시 관심을 갖는 레슨 프로가 많아졌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처럼 레슨과 전문 캐디를 병행하는 레슨 프로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050 골퍼들을 주로 지도했던 레슨 프로들은 상황이 그나마 괜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외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4050 골퍼들은 여전히 골프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대학생 또는 사회 초년생 골퍼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만큼 4050 골퍼들은 크게 줄지 않았다"며 "어떤 나이대 골퍼들을 지도했는지에 따라 레슨 프로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용품 시장에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지난 2년간 엄청난 용품이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드라이버의 경우 교체 주기를 3~4년 정도로 본다. 한 골프용품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일반적인 판매량의 2배 가까이 팔렸다. 이 때문에 올해와 내년에는 골프용품 교체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경영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 큰 소비를 하는 2030 골퍼들의 이탈 현상에 골프의류 역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미 지난해 가을 해외여행 재개와 늘어난 각종 비용 부담에 골프 인기가 한풀 꺾이자 경쟁력이 낮은 브랜드부터 타격을 입었다. 백화점 골프웨어 매출 신장률은 2021년 가을에는 60%였지만 지난해 가을에는 20%대로 크게 하락했다.
한편 2030 골퍼들의 이탈 현상이 골프의류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전체 골프 인구의 10%가 채 안 돼 골프용품과 골프장 등에는 타격이 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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